김희경<경영학 박사>

“나눔은 나눠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눌 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의미에서 보면 나눔은 나눔이 아니라 또다른 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영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월드컵 때 박지성의 유명한 골이나 안정환의 골든 골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 역할만 했던 것에 대해 억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런 플레이로 인해 유럽진출의 꿈도 이루었기에 나눔이 채움이라는 것이다. 플필멘트(Fulfillment)는 위로(up)를 뜻하는 플(ful)과 채우다(fill)의 합성어로 위로 채움, 가득채움을 의미한다. 즉 넉넉함을 만들어 줌이다. 
또는 자아실현(self fulfillment), 성취, 수행, 최적화를 포함한다. 영어권에서는 만족(satisfaction)과 같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경영은 목표와 현실의 차이를 채우는 노력이다. 인간의 삶도 거의 모두 결핍을 채우려는 활동들이다. 경제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하고, 권력이나 성취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정치나 사회적 활동을 한다. 자아의 내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기도 한다. 
채움은 크게 본능적 채움과 내면의 채움으로 나눌 수 있다. 본능적 욕구의 채움은 일시적 만족을 주지만 마음의 영적 채움은 진정한 풍요를 가질 수 있다. 육체의 쾌락과 즐거움만을 채우는데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가득차는 것을 경계하는 술잔을 계양배라고 한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는 물건을 만들던 우명옥이라는 도공이 스승도 깨우치지 못한 기술로 설백자기라는 도자기를 만들어 명성을 얻었다. 그는 많은 재물을 얻게 되었으나 오히려 방탕한 생활로 재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는 후회와 반성하는 마음으로 스승을 찾아와서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는데 바로 넘침을 경계하는 잔(盞)인 계영배(戒盈杯)이다. 이 때 이 술잔을 설계한 사람은 조선시대 실학자 하백원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채움은 자기 정체성이다. 우리는 빈 그릇으로 태어난다. 그릇의 이름은 태어날 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릇에 어떤 색깔 또는 무엇을 담는가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이름이 곧 자기 정체성이다. 청자, 백자는 색깔에 따른 것이고, 물항아리, 꿀단지, 장독, 쌀독 등은 그 속에 담은 가치에 따라 달리 불리어 진다. 
사실 겉모양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믿을만한(Authentic)것이 안된다. 우리 그릇에 채움이 필요하다. 곧 내면을 가꾸는 것이다. 내면을 가꾸는 데 소홀한 사람은 누구에게도 사랑과 인정, 대우를 받지 못하는 먼지만 뒤집어 쓴 백자에 지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다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가지고 싶다면 사람들의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싶다면 네 몫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에게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다면 하루에 한 번 어린아이의 손이 네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가지고 싶다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영화배우 오드리 헵번(Audrey Hepbun, 1929~1993)이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한편,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은 사고방식의 틀로 내면에 채움을 형성한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향기와 냄새를 풍긴다. 우리의 태도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성경에 산상수훈으로 많이 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이런 말씀이 있다.“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배부를 것이다”(마5:7)라고 했다. 의를 배고파 하고 채우기 위해 애쓰는 자가 복이 있다는 것이다. 의(Righeousness)는 헬라어의 디카이오쉬네스, 히브리어로는 체테크이다. 의(義)의 사전적인 뜻은 사람이 마땅이 행해야 할 도리로 정직, 성실, 고결한 행위를 의미한다. 성경적 의의 개념은 개인의 도덕적 정의를 넘어선 관계적 개념이다. 
의롭다고 하는 것은 관계를 맺는 상대에 대해 관계적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신과의 관계에서도 피조물로서 신을 예배하고 그의 뜻에 성실하게 따르는 것이 의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적 의무도 정직하게, 성실히, 깨끗하고 흠없이 온전하게 다해야 한다. 이런 의로운 성품 채우기를 기대하고 열망할 때 삶은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누릴 수 있다. 사람은 관계 가운데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상호 간에 의를 저버리는 악의적인 말이나 행동은 삼가야 한다. 어떤 정치인의 저속한 말이 회자되고 있을 때 어느 사제 조차도 입에 담기에도 부끄러운 언어를 자랑스럽게 쓰는 것을 본다.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관계적 의무를 채우려 한다면 복된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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