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우리가 만약에 무인도에서 갇혀 혼자 산다면 인간의 성품이라고 여기는 정직과 성실함, 온유함 등 내적인 감정과 동기들은 별 의미가 없다. 이런 품성들은 개인의 특질이면서 사회적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마땅히 지키거나 행해야 할 도리나 규범이라는 윤리(Ethics)나 도덕(Morality)도 관계에서 필요한 기본적 규범인 것이다. 이런 성품이나 도리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내재화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드러나는 사고와 감정, 행동은 내재화된 무의식의 자아로부터 나오는 것들이다.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마주하는 부모님과 가족들에 의해 경험되는 사건들에 대한 적응을 위한 결단과 모방, 학습으로 선택된 결정들이 자아를 형성한다. 때문에 어렸을 때의 인간관계는 인생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매우 중요한 동기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를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이를 우리말로 푼수(分數)라고 한다. 그래서 푼수의 뜻은 사물을 분별하는 수준으로의 정도, 됨됨이, 분별력, 비율을 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푼수를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조롱하는 말로 쓰여 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백분율에 의해 칠푼이, 팔푼이 등의 표현을 떠올리면 70%，80%만 사람이 됐다는 의미이다. 푼수는 분수의 강한 표현이다. 분수와 관련하여 다양한 뜻들이 있다. 수학에서 분수는 분자/분모이다. 
분자는 분모의 한 몫이다. 자기경영의 틀로서 분수를 생각해 본다. 분수(分數)란 자기의 위치나 처지에 알맞은 한도를 의미한다. 분수를 아는 것을 지분(知分)이라고 하고 분수를 지키는 것을 수분(守分), 분수에 만족하는 것을 안분(安分), 분수에 적당한 것을 응분(應分), 분수에 지나치면 과분(過分), 분수를 모르면 망분(忘分) 곧 철부지가 된다. 분수의 의미를 사회적 관계적 차원에서 살펴본다.
  분수는 삶의 몫이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 자신에게 부여된 삶의 몫이 있다. 몫에 대한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을 예를 든다면 가족들은 각기 가정 안에서 자신의 기능, 역할, 의무, 권리를 갖는다. 그 몫은 분모의 크기를 벗어날 수 없다. 건강한 가정 공동체는 모든 가족들이 함께 분모를 키운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남의 몫을 침해하면서 욕심을 부린다면 자신도 해치고 이웃에게도 피해를 입히기 마련이다. 우리가 공부하고 배우고 익히면서 어떤 일에 평생을 살아가는 삶이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계 안에서 소명의식으로 그 몫을 감당할 때 삶의 목적과 의미가 분명해진다. 분수를 공동체 관점에서 보면 매우 의미있는 차원을 발견한다.
  분수는 자기 앎이다. 소크라테스가 “너를 알라”고 한 것도 분수를 모르고 설치던 젊은 소피스트들을 경고하는 말이다. 자기의 분수도 모르면서 남들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다. 영어에서 분수는 사려분별(Discretion) 또는 자기 몫의 의미로 사회적 지위(One’s Social position), 신분(One’s Status), 자기자리(One’s Place)를 뜻한다. 
자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고인이 되셨지만 숭실대 철학과 안병욱교수는“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나의 설자리를 알고, 나의 나아갈 길을 알고, 나의 분수를 알며, 나의 실력을 알고, 나의 형편과 처지를 알고, 나이 책임과 본분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서울대학교 법대 조국교수가 쓴 글이 있다.“우리들은‘개천에서 용났다’류의 일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10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확률은 극히 줄었다. 사실 모두 용이 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 옳은 말 같은데 옳지 않다. 
우리는 카스트 제도의 계급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아는 일은 불행하다. 꽃병은 따로 있지 않다. 꽃을 담으면 꽃병이고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가 된다. 우리는 자기다움을 이루어 가는 것이다.
  분수는 자기지킴이다. 성경 잠언에 아굴이라는 사람의 기도문이 있다. 그는 스스로 우둔한 짐승이고 사람의 총명도 없으며, 지혜를 배우지 못했고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없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다 순결하고 구분을 의지하는 사람의 방패가 된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죽기전에 두 가지를 하나님께 구하는데“헛된 것과 거짓말을 저에게서 멀리하여 주시고,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만 주십시오. 혹 제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하나님이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해서 도둑질하거나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습니다”라고 했다. 분수를 자기를 지키는 경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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