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결혼 81주년을 맞이한 영국의 플로렌스(100세)와 퍼시 에로 스미스(105세)부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장수한 부부로 기네스 북에 올랐다. 그들 부부가 행복하게 오래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점심과 저녁에 와인 한 잔씩을 같이 나누고, 다툰 채로 잠자리에 들지 않았으며,‘에스 디어(yes dear)’라는 두 단어라고 한다. 우리 말로‘예 맞아요 여보!’의 말이다. 서로가 상대의 말에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말이다. 맞장구 쳐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관용어로 맞장구 치다의 아이즈치오우츠(相槌を打つ)가 있다. 아이즈치는 맞메질이다. 대장간에서 칼을 만들 때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장단에 맞추어 메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서 맞장구는 풍물놀이를 할 때 둘이 마주 서서 장구를 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사전적 의미는 동일하다. 
상대의 말에 그렇다고 덩달아서 호응하거나 동조하는 일 또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동감의 의사를 전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장단을 맞춰 주는 것을 뜻한다. 맞장구 치다는 영어의 촤임 인(Chime in)이다. 동의하다, 맥을 같이 하다 등의 의미가 있다. 교회에서 설교나 기도, 찬송을 할 때 자주 쓰이는‘아멘(amen)’도 같은 의미이다. 이는 히브리어로‘진실로’또는‘그렇게 이루어지이다’라는 화답의 뜻을 지닌다.  
  맞장구는 소통의 방법이다. 소통은 상대의 존재 자체를 사랑해 주고 인정해줄 때 가능하다.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맞장구이다. 대화의 기본 태도는 경청과 반응이다. 미국의 정신분석 의사이고 교류분석의 창시자인 에릭 번(Eric Bern)은 의사소통 교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대화 즉 교류는 정보를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자극(Stimulus)과 반응(Response)을 교환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상보 교류(Complementary transaction)가 있다. 이런 대화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일본인들이 자주쓴 대화를 보면 나루호도 소우데스네(역시나! 그렇구나!)를 많이 쓴다. 친구들 간에는 응, 소우소우(맞아! 맞아!)를 쓰기도 한다. 나루호도 키미노이우토오리다(역시나! 너의 말대로야!)도 친구들 사이에 자주 쓰는 용어이다. 이런 맞장구는 상보교류를 가능하게 하고 보다 흥미롭고 친밀해진다. 그 다음에 교차 교류(Crossed transaction)가 있다. 소통의 방향이 일방적이고 왜곡되는 경우이다. 자극에 대해 의도적으로 엉뚱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더 이상 흐름은 깨지고 대화는 바로 중단된다. 
그리고 이면 교류(Ulterior transaction)가 있다. 겉으로는 공감하는 척 맞장구를 치지만 속마음에는 공감이나 동의하지 않는다. 정반대의 감정을 품는 것이다. 이런 대화는 상대가 의도를 알게 되면 불신하는 사이로 완전히 벌어지게 된다. 서로를 알아주고 채워주는 맞장구는 소통의 필수이다.      
  맞장구는 호감의 표현이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글로벌 마케팅 교수인 로히트 바르가바(Rohit Bhargava)는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라는 책에서 호감 경제학의 다섯가지 원칙을 썼다. 그 중에 첫째가 진실성(Truth)이다. 진실성은 신뢰이다. 
신뢰는 위험을 감수하는 믿음과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맞장구나 맞메질에서 서로가 장구나 메를 치는 리듬이 신뢰이다. 엇박자가 나면 음률을 벗어나고 사고가 날 수 있다. 서로를 절대적으로 호감과 신뢰를 가질 때 완성된 공연과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맞장구는 타이밍이 절대적이다. 판소리에서 흥을 돋우기 위해 고수가 장단을 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좋다, 좋지, 얼씨구’로 추임새를 넣게 된다. 1950년 미국의 음향기술자 찰리 더글러스(Charlry Douglass, 1910~2003)는 CBS에서 일할 때 랩 박스(Laff box)로 불리는 웃음상자를 개발했다. 
맞장구의 원리를 절묘하게 이용한 셈이다. TV프로그램에서 타이밍에 맞추어 웃음소리, 흐느끼는 소리, 신음소리, 상황에 따른 감탄사 등 적재적소에 알맞은 다양한 소리를 삽입한 것이다. 효과적인 프로그램 진행에 성공적이었다. 그는 초웃음트랙 기업을 설립했으며, TV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1992년에 에미상 기술상을 수상했다. 
지금도 여전히 삽입된 웃음소리는 집에서 TV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에게 웃어야 할 타이밍을 알려주는 신호가 되고 있다. 어느 때 보다도 자유롭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서 정치나 사회적 특정한 활동에서 구성원들의 호의를 이끌어 내고 공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맞장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리더를 세우고 그의 헌신을 요청하는데 익숙하다. 리더의 고민이나 외로움에 대한 배려나 격려로 맞장구를 쳐주어야 한다. 맞장구는 맥을 같이하는 에코이다. 리더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섬길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맞장구는 능력과 기대의 몇 배 이상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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