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고래여, 나는 네놈을 향해 덤비고 네놈과 맞붙어 싸워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찌르고 오직 증오에서 마지막 숨을 너에게 몰아붙이겠다. 저주받을 고래놈, 나는 네놈에게 붙들린 채 네놈을 추적하고, 그리고 산산이 깨트리겠다. 자, 이 창을 받아라!. 작살은 던져졌고 찔린 고래는 달아났으며 밧줄은 불이 붙은 듯 홈을 달리다 엉키고 말았다.” 
한동훈 전장관이 퇴임하면서 한 중학생에게 즐겨 읽는 모비 딕을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주목을 받았다. 책장에서 오래전 읽었던‘백경(白鯨)’을 다시 찾았다. 모비 딕은 미국의 상징주의 소설가 허먼 멜빌(Hermen Melvile, 1819~1891)이 쓴 소설의 대표작이다. 흉포스럽고 거대하면서도 교활한 모비 딕(Moby Dick)이라는 흰고래(White Whale)에게 한쪽 발을 잃은 에이허브 선장은 복수의 일념으로 낡은 고래잡이 배 피쿼드(Pequod)호를 타고 낸터킷 항을 떠난다. 
거대한 흰 고래의 행방을 찾아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으로 항해를 하다가 일본 열도 앞바다에서 간신히 백경을 만난다. 인간과 바다, 괴물 사이에 사투가 벌어진다. 사흘째 되는 날 에이허브는 작살을 멋지게 고래에 명중시킨다. 하지만 에이허브는 작살의 밧줄이 목에 걸려 고래와 함께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날뛰는 고래에 의해 구멍이 뚫린 피쿼드호도 가라앉고 신입 선원이었던 이스마엘만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선장 에이허브는 오직 바다 괴물 모비 딕을 잡아 죽이는 것만이 삶의 의미다. 에이해브 선장은 분노와 증오를 상징한다. 모비 딕은 그가 당한 상처와 잔인한 운명이다, 이 숙명에 맞서 싸운다. 싸우기 위해서 가혹한 운명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련이었던 선장은 바다의 주인이 되어 자연과 맞서 신이 되려고 한다. 
그러나 모비 딕은 그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에이허브 선장은 그 놈의 모비딕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해사 스터벅(Starbuck)은 출항할 때 사람들에게 미치광이 취급을 받는 알라이저가 모든 선원이 죽을 것이라고 외치던 예언이 마음 한구석에 불길한 징조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선장에게 오랜 항해 지친 선원들과 함께 항구로 되돌아 가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선장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선원들은 선상 반란을 모의한다. 
스터벅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선장과 선원들 사이에서 화해를 시도한다. 그는 능숙한 항해사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이고 선한 사람이었다. 선장과 선원들의 중재자로 화평을 도모했다. 오늘날 세계적 기업인 스터벅스는 모비 딕을 즐겨 읽었던 초창기 커피숍 주인이 상호를 스타벅과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에이허브는 경험이 풍부하고 숙련된 전문가이며, 강한 의지와 투지의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였다. 실천하는 리더로 나무랄 때가 없었다. 다만 모디 빅에 대한 치미는 분노와 증오를 보복으로 결말을 내려는 무모함이 아쉽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 속에서 분노와 증오로 가득찬 에이허브를 본다.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연초부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념과 생각이 다르면 증오한다. 얼굴이 마주쳐도 회피하면 그만이다. 입술은 관용을 외치지만 눈에는 증오가 이글거린다. 혐오스러운 가짜뉴스를 만들고 상황을 조작한다. 세상은 1%의 리더에 의해 굴러 간다. 
어느 공동체라도 그 1%가 좌우한다. 그 1%가 99%의 대중을 분노하는 팬덤을 만들고 불의를 선동한다. 1%가 99%의 대중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1%가 바뀌면 된다. 모디 빅의 스타 벅 같은 1%가 있으면 갈등을 풀고 역주행을 막을 수 있다.  
  모비 딕의 소설에서 초보 선원 이스마엘은 끝까지 살아남는다, 동료들에게 무시당하는 식인종 퀴퀘크를 인정해주고 대화를 나누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에일대 법학대학원 교수인 에이미 추아(Amy Lynn Chua, 1962~)는 2008년에 쓴‘제국의 미래’에서 “역사상 존재했던 세계 초강대국들은 서로 상당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단히 다원적이고 관용적인 특성을 공통으로 보여주었다....21세기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관용과 다원성을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강한 나라의 특성은 관용하는 사회이다. 
관용은 다양성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끌어 안고 참여하게 하는 포용이다. 용서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당들이 본연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힘은 진정으로 국민을 살리는 힘이 되어야 하고, 더불어 민주당은 진영논리의 편견을 버리고 국민과 더불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총선이 다가오자 우후죽순처럼 정당이 만든다. 권력의 본질은 누리는 것이 아니다. 정치권력은 욕망을 위한 사익의 아니라 공익을 위한 것이다. 어제는 죄책감을 낳고 내일은 염려를 낳는다고 한다.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정치와 내일을 염려하지 않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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