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요즘은 서울에 갈 때 전철을 이용한다.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있고 보다 멍때리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멍때리기는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다. 정신 나간 듯 우두커니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상태를 말한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멍때리기는 명상이 아니다. 오히려 생각의 끈을 풀어 놓는 것, 생각의 담장을 넘어 두뇌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을 바쁘게 살아간다. 무엇엔가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철에서 사람들은 노인이건 젊은이건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나는 그냥 멍때린다. 아무 생각없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하버드 대학교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뇌기술 혁신가인 스리니 필레이(Srini Pillay)는 20년간 수행해 온 연구결과와 스포츠, 비즈니스, 교육, 예술분야의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모아서 멍때리기가 어떻게 인지적 평온을 가져오고, 생산성을 끌어 올리고, 창의성을 키워주고, 기억력을 강화시키고,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지를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멍때리기의 기적(Thinker Dabble Doodle Try)’이란 책을 썼다. 
집중하는 것과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기능이 다르다. 집중은 길 앞을 똑바로 비추는 폐쇄적이고 좁은 레이저같은 광선이다. 반면 비집중은 멀고 넓은 곳까지 비춰 주변을 보게 해주는 햇빛같은 광선이라고 한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마커스 라이클(Marcus Raichle)은“멍하게 있으면 뇌는 평상시 보다 15배 더 일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우리 뇌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바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심지어 쉬고 있을 때 80% 정도로 활발해지는 뇌 영역인 디폴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을 찾아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딴생각의 힘’이라는 책을 쓰고 우리가 멍때려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뇌의 기억을 저장, 재생산을 활성화한다. 
복잡한 생각을 멈춘 상태에서 뜻하지 않은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한다. 오로지 나에 집중함으로 자아를 형성을 돕는다. 상상력을 자극하여 기억의 조각들을 모으고 조립하여 새로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과도한 불안과 두려움인 포비아(Phobia)에서 탈출해야 한다. 마음이 복잡할 때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는 멍때리기는 자신감이 넘치고, 신경을 차분하게 만들고 자세가 바르게 되어 어깨통증도 줄어든다. 
기초 대사량도 증가해서 서있는 자세도 아름답게 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에는 천천히 커피나 차를 내리면서 멍때리면 뇌가 리셋되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아티스트 김진아(웁쓰양: Oops! lady)작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하는 캠패인으로 2014년에 멍때리기 대회(Space out cimpetition)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비웃듯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멍때라는 것이 전부였다. 멍때리기는 적절하게 하면 뇌를 정리하고 원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사고를 지속하는 효과가 있다. 
그녀는 2021년에‘내일은 멍때리기’를 쓰기도 했다. 생산과 효율에 집중하는 세상 속 삶에서 딴짓, 뻘짓이라는 힐링찾기의 의도가 담겨있다. 일상의 쫓기고 바쁜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으로 생각을 비우는 멍때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창의적 사고는 멍때림에서 나온다. 기원전 3세기경에 지중해 시칠리아섬에서 태어난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287~212 BC))는 어느 날 왕의 명령을 받고 고심한다. 왕의 금관이 순금이 아니라 은이 섞여 있다는 소문을 들은 왕이 아르키메데스에게 그것을 감정하라는 명령이었다. 
생각에 지쳐버린 그는 목욕탕 안에서 멍때리고 있다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벌거벗은 채로 뛰어나가면서 ‘유레카!(그리스어로‘발견했다’)라고 외쳤다. 어떤 물체에 작용하는 부력은 그 물체에 의해 밀려난 유체의 무게와 같다는 아르키메데스 원리(Archimedes’s primciple)를 발견한 것이다. 
이후 사람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순간을 유레카 모멘트(Eureka moment)라고 한다,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1642~1727)도 마찬가지이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멍때리다가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Law of universal gravitation)을 발견했다. 성경에도 도망자 양치기 모세는 나이 80살에 산을 바라보며 멍때리다 신을 만나고 민족의 출애급을 시도한다. 
포로로 잡혀간 에스겔은 그발강 가에서 물멍을 하고 있을 때 백성이 고국으로 돌아가 회복되는 환상을 보게 된다. 인간의 뇌는 일상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익숙함에 머무르면 우리의 두뇌 활동 패턴도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복잡하고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삶의 포커스가 무엇이든 온갖 에너지를 그곳에 집중한다. 우리 뇌를 스트레스에서 풀어 놓을 필요가 있다. 멍때림은 재충전의 자기경영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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