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부부상담사>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층으로 올라간 친구와 나는 가까스로 사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모르는 사람 둘이 우리 자리로 와 불쑥 끼어 앉았다. 어리둥절 있는데 주인이 저쪽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어요.”
친구와 나는 누구랄 것도 없이 동시에 “싫어요.”라고 외쳤다. 주인은 울그락불그락 하더니 달려와 우리를 자리에서 끌어내었다.
“가세요. 가 버리세요. 다른 곳으로 가요.”
꿈이었다. 코로나에 걸리고 이상한 꿈병까지 생겼다. 사흘 동안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주야장천 이런 꿈을 꾸었다. 하나같이 앞서 말한 꿈처럼 내 복장을 터지게 했다. 누가 어떻게 하면 사람의 울화를 잘 돋구나 연구해서 내 머릿속에 그런 것만 주입한듯했다.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꿈꾸는 와중에도 내가 꿈속에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의식의 수면 위로 올라오기 위해 허겁지겁 있는 힘을 다 쥐어짰다. 어떨 때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잠에서 깨어도 도무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꿈은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휘발되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또 다른 꿈인지 헷갈리는 상태에서 머리맡에 둔 휴지를 뽑아 팽, 하고 코 한 번 풀고 나면 가뭇없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래도 지독한 그 불쾌감만은 신기하게도 머리에 새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에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다. 아니면 꿈꾸었다는 기억을 전혀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코로나에 걸린 뒤로는 눈을 감기만 하면 꿈을 꾸었다. 모진 꿈에서 간신히 깨었다가 까무룩 다시 잠들면 또 그런 꿈을 꾸었다. 코로나를 앓다가 울화병까지 얻을 판이었다. 나는 이런 특이한 증상에 ‘코로나 꿈’이라고 이름까지 지어 놓았다. 봄이 되어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도 나처럼 이런 꿈을 꾸었는지 꼭 물어볼 생각이다.( 위에서 말한 꿈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머리맡의 휴지도 한 장 뽑지 않고 서너 번 기억을 복기한 끝에 간신히 장기 기억으로 남겨 놓을 수 있었다)
몇 년 전 팔십 중반의 엄마가 내시경 검사를 받고 난 뒤에 황당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병원 직원이 당신에게 욕을 했다는 것이다. 엄마는 머리가 짧고 둥그런 얼굴에 다소 몸집이 있는, 책상 너머에 앉아 피를 뽑은 직원이라고 했다. 꽤 구체적인 진술이었다. 어느 정신 나간 직원이 환자에게 그런 욕을 하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없었다면 당장 그 직원을 색출하려 혈안이 되었을지 모른다. 코로나로 희한한 경험을 하고 나니 비로소 그때 일이 이해되었다. 엄마는 내시경 약에 취해 나처럼 반 혼수상태로 꿈이었던 것을 현실로 믿어버린 것이리라.
아직도 여전히 이런 꿈을 꾸고 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이 겨울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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