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많이 웃는 사람은 행복하고, 많이 우는 사람은 불행하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The sun에 실린 기사에서 사람의 일생을 80년이라고 하면 화내는 시간이 2년, 웃는 시간 88일에 불과하다. 우리는 평생 걱정과 근심으로 10년을 소비하고, 웃는 시간은 한 달이라고 한다. 하루에 웃는 시간이 90초 에 불과하다. 웃음에 인색하다. 나이가 어릴수록 웃음이 많고 나이가 들면 웃음의 빈도가 줄어든다. 웃음은 고통을 줄여주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삶의 고통은 웃음을 잃게 한다. 
신은 인간에게 웃음을 선물로 주셨다. 성경에는 욥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재산과 가족을 잃는 사고를 겪고 심한 피부병으로 거지신세가 된다. 연속적인 불행과 고통 가운데 있던 그에게 친구 빌닷이 말한다. “하나님이 순전한 사람을 버리지 아니하시고 악한 자를 붙들어 주지 아니하시므로 웃음을 네 입에, 즐거운 소리를 네 입술에 채우시리니, 너를 미워하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할 것이라 악인의 장막은 없어지리라(욥기 8:20~22)”.  웃음은 미워하는 자를 부끄럽게 하고 악한 사람의 장막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Roger Scruton. 1944~2020)은 인간의 본질(on Human Nature)에서 웃음은 우리의 인간적인 결점을 받아주는 능력의 표현이며, 인간이 절망의 고통에 맞서도록 집단 감정 내에 주입되는 일종의 예방주사 같은 것이라고 한다. 웃음은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인간의 본질이다. 왜 인간은 웃을 수 있는지 과학으로 증명해 낼 수 없다. 웃음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아니다. 
그의 문화적 유전자인 밈(Memey)도 거리가 멀다. 웃음은 인간이 관계적 존재의 단서이다. 웃음은 단지 기뽁 즐거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타인의 잘못을 수용할 때도 웃는다. 다른 사람을 격려할 때에도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부적절한 일을 당해도 헛웃음을 터트린다. 타인의 의견에 동의할 때에도 웃는다.
  웃음은 사람이 자기의 내면을 거짓없이 드러내는 표현이다. 때로는 수치와 불안, 강박, 낯설움 등 불편에 맞서는 방어기제가 되기도 한다. 독일의 철학자 플레스너(Helmuth Plessner. 1892~1985)는 인간을 탈중심 존재로 규정했다. 인간은 탈중심성을 통해서 주변 세계와 관계하며, 자기중심으로부터 탈중심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자신이 되어 간다. 플레스너는 우리의 몸을 매개로 하는 감각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는 몸의 철학, 몸의 현상학에 대해 말한다. 그가 쓴 “웃음과 울음(Lachen und Wienen)”을 통해서 몸을 지닌 인간으로서 실존을 주장한다. 웃음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도 생물학적으로 보면 일반 동물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인간은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웃음이다.
   미국의 토요 리뷰(Saturday Review)의 편집장이었던 노만 카슨스(Norman Cousins,1915~1990)는 희귀병인 강직성 척수염이라는 병에 걸린다. 완치율이 500명 중에 한명 정도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는다. 절망적이다 하지만 그는 좌절이 아니라 완치되는 한 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가 살겠다는 의지를 갖게 된 동기는“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잠언1:22)”이라는 성경을 읽고 큰 감명을 받은 것이다. 그는 투약을 끊고 비타민C를 치료약으로 대체했다. 즐거운 마음을 갖기 위해 웃음을 줄 수 있는 비디오와 영화을 보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코믹한 책을 대신 읽어주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웃음은 막혔던 혈관을 뚫어주고, 백혈구를 증가시키코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가 증가했다. 그는 웃음학의 아버지가 되었고 웃음은 방탄조끼라고 한다. 웃음은 고통을 이기고 치유의 기쁨을 준다. 뿐만 아니라 용혜원 시인은 “성공을 부르는 30초의 웃음학”이란 책을 쓰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해학의 지혜를 가졌다. 조선시대 백성의 70%가 사실상 노비와 천민이었다고 한다. 백성이 웃을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웃을 기회를 찾았다. 조선시대의 탈놀이, 광대들의 재주 놀이를 보면서 백성들은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었다. 내로남불의 얼뻐진 지배층에 대한 비난을 해학으로 표현했다.  
신성을 상실하고 타락한 종교를 조롱하는 풍자로 힘없는 백성에게 웃음을 주고 힘이 있는 세상을 꾸짖었다. 요즘은 해학과 풍자가 보이지 않는다. 코메디프로도 줄어든다. 정치가 국민에게 즐거움을 주고 웃음을 주지 못한다. 여야가 상대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느끼게 하면 투사가 된다. 배려는 없다. 웃지 않는다. 비웃음과 조롱이 대신한다. 지역주민에게 웃음을 주는 정치가 필요하다. 총선 포스터를 보면 환하게 웃은 후보가 없다, 웃는 사람이 시민을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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