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 박사>

정치의 계절이다. 여론이 무섭다. 여야가릴 것 없이 많은 총선후보들이 과거의 막말과 이념적 발언, 반사회적 행동으로 공천을 뒤집고 교체되고 있다. 동물의 왕인 사자는 모기를 무서워한다고 한다. 덩치가 엄청 큰 코끼리는 거머리를 무서워 하고 맹독성을 가진 전갈은 파리를 무서워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아무리 강한 맹수라도 취약성이 있다. 우리사회가 조롱과 비웃음,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과업의 성과나 명령에 대한 순응도가 사람들의 자존감을 결정한다. 고소와 고발이 일반화되어 규칙처럼 작용하고, 욕설과 창피주기가 일상처럼 행해진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묵살하고 험담이 소일거리가 되었다. 자기편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편애가 두드러지고, 상대에 대해서는 완벽과 무결를 요구한다. 오로지 상대의 취약성을 찾아내어 험집을 내고 비난과 조롱을 유발함으로 상대적 선명성, 우월함을 드러내려고 한다. 말꼬리를 잡아 물고 늘어지고 경기장을 혼란스럽게 한다.
  정치가 혼탁하다고 무관심하거나 등 돌리먄 그만이라는 생각은 유권자의 책임회피가 된다. 유권자의 지혜로움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색이 혼합되 상태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변별력이 필요하다. 확증편향에서 벗어난 객관적 선택이 요구된다. 그대로 붕어빵이다. 어쩌면 그렇게 닮은 꼴일까? 유력한 지역이면 아무나 꽂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소신을 갖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없다. 누구라도 정치를 시작할 때의 초심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고 정치판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기정체성은 퇴색되고 영혼없는 아바타만 있을 뿐이다. 유니폼만 보고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어떻게 우리의 대표를 뽑을 수 있을까? 힘들 수 있다. 그래도 해야 한다.
  우선 자신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는 사람이 믿을만 하다. 프랑스의 유대인 실존주의 철학자인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취약성을 ‘상처 입을 가능성(vulnerabilite)’으로 설명했다. 취약성은 ”공격받을 가능성“이기도 한다. 취약성은 상대에게 포착되면 약점이지만 스스로 드러내면 오히려 장점이 된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할 때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지고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마음가면(Daring Greatly)’을 쓴 미국 휴스턴대학의 심리학교수 브레네 브라운(Brenė Brown)은 취약성, 수치심, 자존감을 연구했다. 그녀는 취약성을 불확실, 위험, 감정 노출로 정의한다. 완벽함과 무결점은 유혹적인 말이지만 우리 인생에서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 무조건 경기장에 들어 서려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용기를 보이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 자신을 취약함을 포장하려 하지 않고 불충분하고 모자란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 진실성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프레데릭 그로(Frėdėric Gros)는 염치, 부끄러움, 창피함 등의 감정을 포괄하는 수치심(Neurotic Shame)은 우리 시대의 핵심정서이며, 수치심이 단순리 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부정적 감정이 아닌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혁명적 감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끼고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죄책은 신학적 용어로 씌였다. 죄책이란 라틴어로 세 가지의 의미로 사용된다. 쿨파(Culpa)는 도덕적 실패, 오류, 비행을 의미한다. 오브리게이셔(Obligatio)는 의무, 책임을 말하며, 데비텀(Debitum)은 채무를 의미한다. 라틴어의 죄책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성을 가진다. 죄책감(Guilt)는 사회규범 즉 도덕적, 윤리적 기준 및 서로의 약속을 위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을 때 발생하는 내면에서 울리는 책임감이다. 죄책감 곧 죄의식은 사회적 존재로서 갖는 양심의 찔림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공감과 부끄러운 마음, 미안한 마음은 우리를 사람답게 살게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우리가 현실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잘못된 모든 문제를 사회와 환경, 남의 탓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 몸의 질병은 어느 날 순간에 발생하지 않는다. 그동안의 생활습관들이 누적되어 원인을 만든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하다. 취약성을 가진 존재이다. 완벽함과 무결성은 우리 삶의 지향점이다. 지향하는 바를 따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충분하지 않아도 최선으로 충분하다. 최선을 다하면서 취약함에 대한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실수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사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정치인이 탄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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