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제학박사>

  인간은 정치적 동물(Zoon politikon)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다. 사람은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리는 존재이다. 로마의 정치가인 세네카(Seneca)가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회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관계적 행위를 정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적이라는 말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공동체의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과 관계됨을 의미한다. 정치리더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모든 현상을 보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아가 생각하고, 깊은 관찰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해결을 수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치리더의 역량은 살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민생을 살피고 아픔을 나누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술이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살핌은 관찰, 통찰,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그 의도를 보고, 방법을 관찰하며, 편안히 여기는 바를 고찰한다면, 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사람됨을 속일 수 있겠느냐?”논어 위정편에 나온다. 이는 사람을 살피는 패턴이다. 의도를 보고, 행동을 관찰하고, 형편을 고찰하는 것이다. 성경에 보면 예수께서 병든 사람이나 귀신들린 사람들을 치유하는 패턴도 비슷하다. 마태복음에 “예수께서 배에서 내려서, 큰 무리를 보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 가운데서 앓는 사람들을 고쳐주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을 향해 관심을 보이고, 형편을 살피며, 아픔을 동감하고, 문제를 해결하셨다. 예수님은 이를 사랑이라고 하셨다. 사랑은 하나님의 나라를 형성하는 핵심임을 보여 준 것이다. 살핌은 보고, 알며, 공감하고, 고쳐주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살핌은 우리의 눈이 대상이나 현상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생각으로 옮기는 행위이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자세히,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결국 살핌은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술이다.
  관찰력(Watch)은 보고 살피는 의미가 있지만 다양한 뜻을 포함한다. 눈으로 인식하다, 생각하거나 판단하다. 살피거나 지키다. 어떤 대상을 추구하거나 따르다, 다른 사람을 의지하고 기대다, 믿고 신뢰하거나 그 사정을 헤아리다, 어떤 장소에 나타나거나 발생하다 등이다. 관찰은 대상이나 사물의 현상이나 움직임을 주의하여 잘 살펴보는 것이다. 보고 살핀다는 것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를 읽어내는 기술이다. 사실을 왜곡하면 보고 살피는 의미가 없다. 현실을 바로 읽어낼 때 바른 대책을 만들 수 있다. 길거리에  걸린 정당들의 현수막에 표현된 정치구호들은 그저 감정에 호소하거나 자극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민생을 보고 살핀 내용을 기반으로 지역적 필요를 채우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통찰력(Insight)은 지식이나 경험, 정보를 기반으로 직관으로 깨닫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거나 미래를 꿰뚫어 보는 능력이다. 통찰은 식견 곧 안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보는 안목, 세상을 보는 폭넓은 안목이다. 통찰은 실수를 줄여준다. 통찰은 보여 주는 것이다.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통찰은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공감이나 동감은 통찰의 산물이다. 공감(Empathy)은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제안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감정 또는 그런 마음이다. 반면에 동감(Sympathy)은 공감과는 차이가 있다. 주로 불행한 상황과 고통의 감정을 공유할 때 쓰인다. 동감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다. 때문에 정신적,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단계까지 이른다. 즐거워하는 사람과 함께 즐거워하고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슬퍼하는 감정이 동감이다. 아담스미스는 이런 동감을 도덕감정이라고 했다. 강도 만난 사람을 구해준 선한사마리아인의 태도와 섬김에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살피는 통찰력과 동감을 엿볼 수 있다. 정치리더들의 통찰력있는 상황인식은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마지막으로 자기성찰(Introspection)이다. 자기성찰은 자기살핌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반성하고 살피는 것이다. 총선에 입후보한 사람들 중에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인물들도 있다. 범죄혐의로 유죄가 인정되거나 재판이나 수사중에 있어도 그런것쯤은 개의치 않는다. 수치감과 도의적 책임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뻔뻔함과 당당함에 그저 놀랍고 아이들에게 부끄러울뿐이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지는 것이 아니라 져주는 것이다. 져주는 여유가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려고만 한다. 자기를 돌아보는 능력이 없는데 민생을 어떻게 살필 수 있을까?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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