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정부의 공무원 노조 연내허용 방침이 발표된 이후 침체상태에 빠진 안산시 공직협 구성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전국 지자체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오산 부천 등 도내 10여개 지부를 중심으로 지난달 말 경기지역 공무원직장협회연합회가 출범하는 등 각 지자체별 공직협 구성이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에서 안산시도 구성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내부반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년엔 전국 지방동시선거와 맞물려 있어 연내 공직협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안산시 공직협 구성은 빨라야 내년후반기께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방침=지난달 말 자치단체별로 조직돼 있는 공무원직장협의회의 전국단위 연합단체 구성을 연내에 허용하는 방안검토에 들어갔다. 협의회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 노조로서의 기능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일부 공직협이 공무원노조 도입을 위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등 위법활동을 하고 있다며 사법조치까지 경고했던 것에서 크게 후퇴해 향후 공직협을 노조로서 인정하겠다는 전향적 조치로 받아들여 진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결정 이후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서울시청 등 16개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직협을 중심으로 (가칭)공무원노조준비위원회 결성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기도도 지난달 25일 경기지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회가 정식 발족했다.

■안산은=올 2월초 안산시공무원직장협의회가 설립준비위원회를 개최해 준비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발족을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준비위는 당시 대의원대회를 거쳐 늦어도 3월까지는 안산공직협 구성을 마무리한다는 내부방침까지 세웠었다. 참가대상 공무원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정식 발족전까진 200~300명의 회원확보는 무난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각 실 과 소 동별로 회원확보에 들어갔으며 대의원대회와 규약제정안 검토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식 발족시기와 이후 활동을 놓고 준비위 내부에서 갈등을 빚은데다 기능직과 행정직 공무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고리가 싹트면서 공직협 구성논의는 현재 다시 수면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전망=당시 준비위에 참가했던 한 공무원은 『다소 힘들겠지만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공직협 구성이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단 공직협 구성의 당위성이 상당부분 확산된 만큼 일부 시일이 걸리더라도 구성절차를 밟는데엔 큰 어려움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대 걸림돌이라면 역시 공직내부에 잠재되어있는 「순응주의적 행정문화」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 공직협 구성논의가 화두로 등장했을 당시에도 『중심인물로 나섰다가 괜히 윗선에 찍히는 것 아니냐』는 나름의 보신주의적 행태가 다분히 팽배했었다. 『너무 앞서가는 것도 공무원 생활엔 그리 좋은게 아니다. 1등 보다는 2 3등 하는게 공무원 생활엔 더 편하다. 승진 등 인사문제에도 1등보단 2등이 더 유리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는 현 공직내부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나를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스스로의 『권리찾기』를 위해 공무원이 얼마만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가 공직협 구성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공직협이 중·하위직 공무원의 「권리찾기」와 행정의 불합리성을 견제하는 제어장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스스로의 주인정신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공직협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공무원 자신이기 때문이다. 공직협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서둘러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