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공사의 시화호 남쪽간석지 대규모 농지개발 조성사업이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환경단체와 관련지자체의 강한 반발로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말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건설교통부의 시화호 북측간석지 공단조성 계획과 맞물려 부처이기주의적인 시화의 난개발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이렇다할 마스터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농업용수 확보 불투명=농업기반공사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농지안에 탄도호담수호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담수호 일부를 남겨두고 간사지를 매립해 이를 농업용수로 쓴다는 계획이다. 당초 시화호를 농업용수로 쓸 계획이었지만 시화호가 해수로 바뀌면서 농업용수로 부적합하게 되자 별도의 인공담수호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오염방지를 위해 담수호내에 인공섬을 만들고 수생식물을 심는 등 자연정화 방안을 서둘러 마련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 빗물에 의존해 농업용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담수량과 증발량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용수확보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또 수질개선대책 자체도 환경친화적인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기 힘든만큼 '제2의 시화호'를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 농지조성의 효율성 의문=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휴경지는 1만8천8백여ha에 이른다. 전체경지의 약 1%가 빈땅으로 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쌀 재고량이 급증하면서 '남는쌀'처리문제도 골머리다. 정부는 벼대신 콩과 같은 다른 작물을 심는 윤작제와 일정면적을 아예 놀리는 휴경제 등 쌀감산정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쌀 소비량은 매년 줄고있는 반면 지난 5년동안 논면적만 3만3천여ha가 증가하면서 쌀 생산기반 자체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04년 WTO 쌀협상 결과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때까지 외국산 쌀 370만섬을 더 수입해야 하는 부담까지 크다.

상황이 이렇자 대규모 농지를 정부차원에서 새로 조성해야 하는가에 논란이 일고 있다. 쌀산업정책의 일대전환이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의 일반적 평가다. 그럼에도 농업기반공사가 서둘러 농지조성 사업에 착수키로 해 농지조성후 상황변화에 따라서는 용도변경을 재추진할 개연성마저 높다. 한치앞도 못보는 무분별한 사업으로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했든 시화호 농지조성 사업도 '풀만 무성한 빈땅'을 늘리는 제2의 시화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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