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의 마음은 벌써 고향에 닿아있다. 비록 주머니 사정이 예년보다 더 어려워지고 인정도 얄팍해진 면이 없지 않지만 명절이면 조상을 기리고 떨어져 사는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는 마음 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명절이 오히려 더 쓸쓸한 이웃들이 적지않다.

노동부 안산지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들어 8월까지 제때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무려 2천500여명에 이르고 체불임금 규모만도 100억원을 넘었다 한다.

그만큼 관내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월급 한푼 받지 못한채 명절을 맞이해야 하는 근로자의 심정이 어떨지 가히 짐작조차 어렵다.

수억만리 먼 타국에서 건너와 안산에서 명절을 맞는 외국인근로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사회가, 특히 안산의 경우,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도 잊어서는 안된다.

혼자사는 노인, 소년소녀가장, 저소득층 가정, 사회복지시설 등을 향한 인정어린 발길도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깝다. 작은 선물 바구니라도 들고서 이들을 찾던 독지가들이 이젠 거의 뚝 끊겼다는 소식이 명절때면 어김없이 단골뉴스가 된지 오래다. ‘민족의 대이동’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의 상처를 홀로 쓸어내려야 할 이들을 생각하면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모든 것이 현대화되고 세계화되는 게 오늘의 세태겠지만 명절에 고향과 핏줄을 찾는 민족 구성원들의 열기는 변함이 없다. 비록 경제사정이 바짝 메말라 있다 하더라도 작은 것도 함께 나누던 ‘명절’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는 한가위가 되길 바란다. 사는게 퍽퍽하던 시절에도, 물질적으로 다소 풍족해진 지금에도, 우리 민족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은 서로가 나눠가진 ‘우리’라는 공동체적 가치관이었음을 잊지말자.

오랜만에 맞는 긴 추석연휴다. 내일을 위한 생산적인 휴식이 되는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이웃을 한번쯤 살필 줄 아는, 마음이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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