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영 안산1대 종합인력개발 센터장

마케팅이론에 Marketing Myopia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드릴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드릴로 뚫을 수 있는 구멍을 원하는 것이지 멋지고 튼튼한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마케터들은 자사의 입장이 아닌 고객의 본원적 욕구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본원적인 욕구와 지향점을 잊고 표면적인 근시안에 빠져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육과 학문을 탐구하는데 있어서 근시안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을 자주하게 된다. 자칫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서 학문을 탐구하는 이유가 교양을 습득하고 지식을 함양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성적을 잘 받는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학생들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성적지상주의는 마치 뿌리 얕은 나무의 열매와도 같다. 세찬 풍파를 이겨내지도 못할뿐더러 오래도록 갚진 열매를 맺어주질 못한다. 결국, 해마다 밭을 갈아엎고, 새로 씨를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학문탐구는 늘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지식의 토대위에 새로운 정보가 융합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학기말이 되면 교수들은 성적평가에 온갖 신경을 곤두세운다. 성적평가가 학문탐구에 대한 노력과 지식함양에 대한 본원적 욕구충족정도가 잘 반영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제도적 장치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가결과가 학생들의 우열을 가리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학생들의 관심사는 교육이나 학문, 교수, 친구도 아닌 A, B, C, D의 학점등급에 집중되어 한바탕 진통을 겪기도 한다. A, B, C, D 속에 그간의 우정이나 학문탐구에 대한 열정마저 사라져버리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접하게 된다.

우리는 “수,우,미,양,가”라는 성적등급제를 잘 알고 있다. “秀優美良可” 그 속뜻을 통해 옛 스승의 진정한 가르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秀’, 말이 필요 없는 빼어날 ‘수’다. ‘優’, 넉넉할 ‘우’로 뛰어나고 매우 훌륭하다는 뜻이다. ‘美’, 아닐 미(未)가 아닌 아름다울 ‘미’ 로 ‘좋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良’, 어질 ‘양’으로 ‘양호하다’, ‘좋다’라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可’ 는 놀랍게도 옳을 ‘가’로 ‘가능하다’, ‘좋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5가지 모두 다 좋다, 괜찮다, 가능하다로 나쁜 뜻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단지 평가의 척도로만 알고 있었던 상징어이지만 성적을 단순히 능력을 재는 잣대로만 여기지 않고 제자들을 한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이끌겠다는 스승의 사랑과 깊은 의지가 담겨있다.

“A, B, C, D, F” 표현은 다르지만 “수,우,미,양,가”에 녹아있는 스승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음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가르침을 천직으로 아는 스승들은 여느 드라마나 영화처럼 공부잘하고 배경 좋은 학생보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거나 말썽을 잘 피우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된다.

입학과 졸업, 그 속에서 거쳐 가는 수많은 학생들을 전부 기억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의 기억 속에는 좋은 스승으로 남아있기를,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훌륭한 스승들을 거울삼아 오늘도 마음을 갈고 닦는다. 나에게 있어 학생은 한 사람도 포기 할 수 없는 똑같은 학생, 나의 제자이다. 학문탐구에 있어서 성적지상주위와 같은 근시안에 빠지지 말고 뿌리 깊은 지식의 나무가 되어 풍성한 열매를 오래도록 생산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김진영  안산1대 종합인력개발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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