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이 사랑했던 문화의 도시 밀라노.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이자 낭만의 도시로 그 가치와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밀라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시마케팅을 통해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 카니발로 유명한 이태리 베네치아는 전통적인 관광 성수기인 여름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축제를 집중 개최하는 마케팅을 통해 주민소득 증대에 성공한 대표적인 지역혁신전략의 사례를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관광자원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도시마케팅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두 도시를 통해 관광산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안산의 미래를 가름해본다.  

▲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밀라노는 도시마케팅을 통해 관광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이탈리아에서는 섬유와 의류를 함께 묶어 TA(Tessile : 섬유-Abbigliamento : 의류) 산업으로 흔히 표기한다.
한해 420억 유로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이탈리아 섬유의류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일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산업중 하나이다. 그 중심에 밀라노가 있는 것이다.

그런 밀라노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패션의 중심지로 만족하지 않고 도시 브랜드 창출 등을 통한 관광도시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패션에 관광을 입히다

밀라노는 관광도시로서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관광객 규모로는 이태리 내에서는 로마 다음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관광도시의 이미지로서는 낮은 편이다. 문화·전통과 관련한 전형적인 관광도시로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인식되지 못했다. 패션도시로 각인돼 있어서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밀라노는 2006년 관광마케팅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60여명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도시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다. 전략적인 도시로서 밀라노는 더욱 창조적인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마케팅 차원에서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밀라노를 상징하는 로고와 문장을 만들고 이를 볼펜부터 각종 출판물, 기념품 등 다양한 제품에 활용했다. 

또한 20여년간 밀라노에서 작품활동을 진행한 레오나르도다빈치를 관광에 접목시켜 그가 주로 활동했던 도서관, 미술관 등을 연결한 관광투어상품도 개발했다.

특히 로마, 베로나 등 이탈리아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활용하고 있는 ‘도시(밀라노)카드’를 만들어 18개 박물관의 입장료, 대중교통비, 음식점을 패키지로 묶어 할인하는 제도를 도입해 소비를 늘리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네스코(UNESCO)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의 12%가 밀라노에 있다는 점도 밀라노의 큰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밀라노는 지난해 세계불황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7% 늘어났다.

밀라노시 관광마케팅 마리아 치파(Maria Chieppa)사무국장은 “밀라노가 가진 장점을 살려 지역마케팅을 통해 세계의 관광객과 인재를 끌어모아 살기좋은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히고 “관광도시로의 이미지는 강화는 새로운 경제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계절을 관광 천국으로 만든 '베니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관광객이 끊이질 않고 몰려온다. 특히 겨울철은 베네치아의 대표적인 축제 ‘카니발’이 개최된다.

베니치아 카니발은 해마다 2월에 12일간 개최된다. 카니발에 참여하기 위한 관광객은 매년 증가해서 한 해 100만 명에 이른다. 카니발 덕분에 베네치아는 전통적인 관광 성수기인 여름 이외에 비수기인 2월이 가장 바쁜 성수기로 떠올랐다. 당연히 주민소득도 증대했다.

2007년 축제기관 동안 카니발에 참가한 관광객이 베네치아에서만 쓴 돈이 3,500만 유로(560억원) 정도 된다. 카니발이 베네치아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카니발에 참가한 관광객들

애초 베네치아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특성상 여름에 관광객이 집중됐다. 관광객이 여름철에만 집중되자 베네치아 주민들은 관광객을 분산시킬 묘책을 찾아 나섰다. 명백만 유지해오던 카니발을 부활시킨 것이다.

1979년 시민들과 소상공업자들이 카니발이 지역경제 발전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베네치아 카니발 조직위원회(Consorzio 'Comitato Il Carnevale Venezia)'를 만들어 카니발을 복원하고 매년 성대한 축제를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지역 상공인의 역할 중대

지역상공인들은 카니발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축제에 기금도 내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도 하지 않아 행사 진행시 문제가 되기도 했단다. 일부 팜플렛 등에 광고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상공인협회 차원에서 이벤트 비용을 내는 정도의 적극적인 참여는 없다는 것이다.

안산지역도 마찬가지도 새로 조성된 ‘안산25시광장’이 활성화되면 가장 많은 이익이 주변 상인들에게 돌아 갈 것이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이 단순히 수혜자 입장에서 피동적으로 움직인다면 관 주도의 이벤트성 사업은 분명히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베네치아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을 구성한다. 베네치아 마케팅과 이벤트 사업을 전담하는 기구 ‘베니치아 마케팅&이벤트’(이하 SPA)를 2008년 출범시킨 것이다.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상인들뿐만 아니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 카니발이 열리는 2월에는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100만명이 관광객들이 베네치아를 찾는다.

△365일 축제의 도시 베네치아를 방문해 카니발 축제를 즐기고 있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

관이 주도하다보니 민간의 참여는 제한적이고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다. 포화상태인 베네치아 관광을 변화시킬 필요를 절감하기 시작했다. 이때 베네치아 행정당국과 시민들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와 축제에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SPA를 설립한 것이다.
SPA는 베네치아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열리는 카니발, 신년행사 등 각종 행사를 전담하면서 도시마케팅 작업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SPA가 지역마케팅에 전념하면서 카니발은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0년 100만의 관광객이 베네치아를 찾았다. 카니발이 개최되는 기간에는 290여개의 소규모 행사가 베네치아 곳곳에서 펼쳐졌으며 60여개 협력사가 마케팅비용을 부담했다.

카니발 기간에만 관광객들이 베네치아에서 쓴 돈이 4,000만 유로(630억원)에 달했다.

SPA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지안루카 주인(Gianluca Zuin)씨는 “SPA에서 축제 업무를 맡으면서 베네치아 관광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비전을 확보한게 큰 성과”라며 “시 공무원들이 해내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욱 기자  hyung@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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