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학 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그리고 이런 식당은 흔히 서빙 직원 대신 식권판매기를 들여 놓고 주문을 받습니다. 또한, 식품매장에는 한 사람이 먹기에 알맞은 크기와 양으로 포장된 과일과 채소들도 진열되어 있습니다. 하다못해 파조차 한 뿌리만 포장하여 팔기도 합니다.

일본의 ‘나홀로족’을 위한 ‘1인 문화’는 음식업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일본의 <산요전기>는 수년 전부터 1인용 가전제품 ‘잇츠(It’s) 시리즈’를 내놓아 ‘개전(個電)사업’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외에도 독신자용이삿짐서비스, 1인용냉장고, 어머니목소리로잠을깨워주는자명종시계, 1인 쇼핑코너, 1인 패키지 여행 등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마침내 며칠 전인 11월6일에는, 노래방체인점<고시다카>가 11월말도쿄에 1인전용노래방 ‘원카라’를 개점한다는 발표도 하였습니다. ‘집단 오락’의 상징인 ‘노래방’에 1인 문화가 도입된다는 것 자체가 독특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주의적 경향이 강한 ‘나홀로족’들이 모두 그 고독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들 중에는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지를 잘 몰라, 어쩔 수 없이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나홀로족’들의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08년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러브게티(Lovegetty)는, 이 제품을 소지한 이상형의 이성이 가까이 오면 소리를 내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외롭지만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일본의 ‘1인문화’는 현대 개인주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위의 간섭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개인적인 나’와 사회적 연대감/소속감을 느끼기 원하는 ‘사회적인 나’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 딜레마는 ‘나’라는 개념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사실 우리가 모든 사회적 관계를 떠나 ‘나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은 스스로를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소개하십니까? 여러분의 가족, 직장, 사업, 혈연, 지연, 학연 등의 모든 사회적 관계를 기초로 자신에 대하여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즉, ‘나는 OOO의 아빠입니다. 나는 OO학교/지방 출신입니다. 나는 OO회사에서 OO직을 맡고 있습니다. 나는 OO사업을 합니다’라는 식으로 자신을 소개하지 않겠습니까?

하다못해 여러분들의 도덕적 특징조차, 원칙적으로 여러분을 둘러싼 사회가 있기에 성립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은 ‘나는 착한 사람입니다’를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이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때문에 여러분이 ‘착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나는 까다로운 사람입니다’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이것 역시 여러분이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에 내려진 평가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도덕적 개념들은 기본적으로 여러분을 둘러 싼 사회가 없다면, 설명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개념들입니다. 이처럼 ‘우리’ 없이는 ‘나’라는 존재는 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토록 소중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십니까? 그 ‘우리’들 중에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우리’가 바로 가정입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현대 가정들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적 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수많은 일터와 가정들이 심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경제적 고통을 가족끼리 더욱 뭉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기회로 삼기보다, 오히려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계기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개인주의적 성향이 결합되면서, 가족은 서로를 고맙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이해하기보다, 귀찮고 억압적인 존재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들의 가정에 ‘황금만능주의’까지 침투하면서, 돈을 얻기 위해서라면 가족의 생명까지도 과감히 희생시키는 가정 내 강력범죄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가정이 깨져나가는데, 다른 ‘우리’를 언급해야 무얼 하겠습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정부터 다시 세워봅시다. 우리 가정부터 아끼고 사랑합시다. 기억하십시오. ‘우리’ 없는 ‘나’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나’를 만드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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