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근 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일년 365일, 이렇게 서민들에게 미소가 번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올 한 해도 벽두부터 한숨이 나오고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는 20일부터 25일까지를 설 연휴 교통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이 기간 동안 3천 154만명이 고향에 가거나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밀리고 또 밀리는 고통스런 귀성길이지만 그래도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 웃음꽃을 함빡 피우는 최고의 명절이다.

설날을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예나지금이나 아이들이다. 설빔과 세뱃돈 때문이다. 가난했던 시절에도 설날엔 설빔과 세뱃돈으로 동네마다 아이들은 마냥 부자가 되곤 했다.

지금은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로 시작되는 설 동요를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설날엔 집집마다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냈다. 떡국과 탕, 과일, 술, 포, 식혜 등을 차려 차례를 지냈다.

차례가 끝나면 차례상에 올려졌던 음식들을 나누어 먹었다. 조상신이 드셨던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 덕을 물려받는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차례가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예의라면, 세배는 살아계신 어른들에게 효를 표하는 예의이다. 세배를 하면 어른들은 건강과 소원 성취를 바라는 덕담을 해준다. 더불어 돈을 많이 벌라는 뜻으로 세뱃돈을 준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돈 대신 문화상품권이나 도서상품권을 주는 풍습도 늘어가고 있다.

설날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은 떡국이다. 떡국은 장수를 기원하는 소중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이날 어른들은 주로 윷놀이·칠교놀이·투호놀이·고누놀이를, 아이들은 연날리기·제기차기를, 여자들은 널뛰기를 즐겼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새끼줄을 굵게 꼬아 양쪽에서 끌어당기는 고싸움놀이를 했다. 이런 놀이에는 풍년을 기원하거나 복과 건강을 소망하는 등의 의미가 담겨져 있지만 일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설날에는 대나무로 만든 복조리를 사는 풍습이 있다. 이날 사는 조리에는 복이 들어온다고 하여 복조리라고 불렀다.

그래서 일년 동안 쓸 조리를 이날 새벽에 몽땅 사서 두세 개씩 묶어 문 위에 걸어두곤 했다. 또 초하룻날에는 신발을 방안에 들여 놓고 자는 풍습이 있었다. 야광귀신이 나타나 신발을 신고 가버리면, 그 신발 주인의 한 해 운수가 불길하다고 믿어왔기 때문이었다.

설날에 관한 속담도 많다. 남의 덕으로 거저 이익을 보게 됨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남의 떡에 설 쇤다.’, 형식적인 인사 차림이 너무 과함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보리누름까지 세배한다.’, 희망차고 즐거워야 할 새해 첫날부터 재수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설날에 옴 오르듯.’ 등 이외에도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설을 맞으면 객지에 나간 자식은 귀향하여 부모를 모시는데, 그러지 못한 자식은 실로 불효막심하다는 뜻의 속담인 ‘설에도 부모를 모르다니.’가 압권이다.

설날은 섣달그믐부터 시작된다고 할 만큼 그믐날 밤과 초하루는 직결되어 있다고 우리 조상들은 믿어왔다.

끝과 시작 사이에 간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나면서 동시에 시작이 되기 때문이라 여겼다. 그래서 섣달 그믐날 밤에는 잠을 자지 않았다. 이를 수세(守歲)라 하여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는 속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설날엔 금기 사항도 많았다. 여자들이 남의 집에 가지 말아야 하거나 바느질을 하지 말 것, 설날에 문을 바르지 말 것, 설날에 재를 치우지 말 것, 설날에 곡식을 밖으로 내지 말 것 등 지방마다 금기 사항들이 참 많았다.

뭐니뭐니해도 설날 최고의 풍습은 차례와 세배라 할 수 있다. 차례와 세배 속에는 효사상이 담겨 있다. 효사상은 시대와 이념에 따라 그 내용이 다소 변화 되었지만, 부모를 공경하고 섬기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래서 인륜의 가장 으뜸 되는 덕목으로 효를 꼽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더할수록 효의 의미가 상실되어 가고 있어 안쓰럽기 그지없다.

부모학대 및 노인학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신체적 학대와 방임, 그리고 경제적 학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효의 재정립이 여느 때보다 시급한 현실이다. 이에 안산신문도 우리 고장에서 100세 이상의 어르신을 찾아 세배를 드릴 예정이다. 이러한 작은 실천이 나비효과로 번져 머지 않는 날,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아름다운 설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

‘안산신문 독자 여러분, 새해 설날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