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수시전형이든 정시전형이든 어떤 대학에 지원할 때에는몇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된다. 어느 서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필자는 그 중에서 정말로 중요한 서류가 바로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는 이름 그대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는 서류이다.

이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이유는, 지원자에 대해서 전혀 알 리가 없는 대학교 측에서 지원자를 그나마 파악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실제로 대학교 측에서는 자기소개서 한 편으로 지원자의 인성과 도덕성 그리고 가치관까지 파악하고,이 서류 하나로지원자의 당락(當落)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합격을 보장하는 자기소개서의 예시”들이 학생들 사이에 떠돌면서,이름만 다른 자기소개서들이 대학교들의 골치를 아프게 했다.그래서 각 대학들은 자기소개서의 표절을 막기 위해서 온갖 대책을 세웠다. 그랬더니합격에 목을 매단 일부 지원자들이 언젠가부터 돈을 주고 남에게 자기소개서를 대필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고,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대필이 어느새 유행이 되었다. 즉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구구절절 써 주는, 웃기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를 스스로 작성하지 않고 대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나 대학교 측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우선 자기 자신에게는 어떨까?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꼭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하겠지만, 결과적으로그는 자신이 만들어왔던 인생의 가치를 몇 푼의 돈과 대학교 이름에 팔아버린,또 다른 ‘파우스트’가 되어버렸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소개서가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인생을 평생 속여야 하는 불행에 놓이게 되었다.

또한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지원자들이 늘어나면서 학교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과연 이 자기소개서를 믿을 수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학교가 원하는 인재를 잡기 위해서라도 자기소개서의 진정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그리하여 제자들을 가르치고 학교를 보살펴야 할 대학교수들과 직원들의 에너지가 엉뚱한 곳에 소모되게 되었다. 또한 입학전형을 거쳐서 들어온 학생조차 믿을 수 없는 불신의 벽이 생기고 말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돈과 명예,권력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속이고 누군가가 좋아하는 이미지로 자신의 인생을 포장한다.그렇게 해서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으면, 자신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남들 앞에서 뽐내고 다닌다. 하지만 그 자신은 결국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파우스트”가 되고, 남들에게는 쓸데없는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하는 피해를 주게 된다.

최근에 방송되고 있는 아침드라마 중에서 <루비반지>나 <두 여자의 방>을 보라. 악한 주인공들은 얼굴을 바꾸거나 인생을 조작하는 식으로, 자신을 하나같이 화려한 파우스트로 만든다.그리고 속임수가 발각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선한 주인공을 짓밟고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드라마가 그러듯이, 그 속임수는 결국 드러날 것이고 평범한 인간보다 화려한 파우스트의 길을 선택한 악한 주인공들은 결국 파멸로 끝날 것이다.

혹시 지금까지 ‘화려한 파우스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면,그 길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기를 원한다. 불안하지만 화려한 파우스트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평범하지만 보잘것없는 인간의 길을 걸을 것인가? 역사는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화려한 파우스트들이 아니라, 결국 평범한 인간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선택은 결국 당신의 몫이다.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도 당신의 몫이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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