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이처럼 한 사람의 죽음에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안타까워했던 이유는 아바도가클래식계에 여러 가지 족적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우선 20세기의 유명한 지휘자들은 대중들을 의식해서 악보를 변형하고, 자신만의 곡으로 새로 만들면서 지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바도는 이런 흐름에 반대하여, 이 곡을 만든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자체를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처럼 아바도는 곡 해석에 있어서 보수적이었지만, 그의 레퍼토리는 자유로웠습니다. 아바도는 기존의 고전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지휘자들이 질색했던 20세기의 실험적인 클래식까지도 받아들이며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그러나 아바도가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의 지휘 스타일에 있었습니다. 아바도 이전에 유명했던 지휘자들은 대체로 이른바 ‘독재형 지휘자’였습니다. 대표적으로 20세기의 대표적인 지휘자인 토스카니니(Toscanini)나 카라얀(Karajan)은 자신에게 도전하거나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음악을 구현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유를 불문하고 해고하고, 단원들을 자신의 로봇이 되도록극한의 순간까지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아바도는 단원들을 가리켜 ‘음악을 함께 만드는 동료들’로 지칭했습니다. 또한 그는단원들과 긴밀하게 대화하고 그들의 개성과 상황을 수용, 조율하면서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민주주의적 스타일을 보였습니다.

이런 스타일을 구현하기 위해서, 아바도는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음악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모든 단원들은 자신이 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이 음악에 적극적으로, 기쁨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자기가 즐거울 수 없는 음악은 다른 사람이 듣기에 좋더라도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바도는 단원들에게 리허설 속에서 음악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의미를 명확하게 알아서 기쁘게 책임질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하나는 음악에 대한 주인공 의식을 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내가 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주체인 것처럼 내 옆에 있는 동료들도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인식하고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아바도가 생각하는 음악은 나와 내 옆의 동료 간의, 또한 연주자와 청중들 간의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바도는 단원들에게 동료들의 연주를 듣고, 자신이 언제 나와야 할지, 언제 들어가야 할지를 이해하며 익힐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리허설을 했습니다. 이러한 아바도의 지휘를 접했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처음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나중에는 정말로 행복하게 연주했다고 회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바도의 지휘 스타일을 보면서, 필자는 ‘바람직한 사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사회는 누군가를 리더로 삼고,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며 돌아가는 하나의 조직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기 불안하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아픈 곳이 되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책임은 지지 않고, 머리만 되려는 개인 간의 충돌, 혹은 집단 간의 충돌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가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책임의식에 대해서는 Yes를, 주인공 의식에 대해서는 No를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 사회가 하나의 아름다운 오케스트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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