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논설위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최선을 다하며 투혼을 발휘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예전의 우리나라는 온통 금메달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천덕꾸러기 신세에 불과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금메달을 못 딴 아쉬움을 울음으로 대신 표현하곤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선수들과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많이 바뀌었다. 메달을 못 따면 어떠랴,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우리 국민들의 수준, 이젠 세계 정상급이다.

우리나라는 13개 종목에 71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스키점프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낯선 종목인 컬링, 스켈레톤, 루지 등의 경기도 보는 재미를 쏠쏠하게 안겨주었다. 낯선 종목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까지 만들었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피겨의 여제인 김연아 선수가 이제 전설로 남게 되었다. 그녀는 이번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빙상계를 떠났다.

그녀의 마지막 불꽃 연기는 우리 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삼류 심판진들의 삼류 채점에 은메달에 머물고 말았지만, 세계인들은 그녀에게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아름다운 금메달을 선사했다. 어이없는 채점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이었다.

이규혁 선수도 전설로 남게 되었다. 그는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소치 올림픽까지 연속 6회 참가로 한국 스포츠 선수 중 올림픽 최다 참가 기록을 세웠다. 세계적으로 드문 기록이다. 비록 올림픽에선 무관의 제왕이었지만, 그도 가장 아름다운 메달을 받고도 남을 자격이 있다.

1000m 경기를 끝내고 힘에 부쳐 빙판에 눕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연민의 눈물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눈물이었다.

이상화의 폭풍 질주의 모습도 가슴이 벅찼다.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이룩한 이상화 선수, 발목뿐만 아니라 무릎 부상까지 많이 악화되고 하지정맥이 허벅지까지 올라온 상태 속에서도 따낸 금메달이다. 그래서 더더욱 자랑스럽다.

우리에게 낯설기만 했던 컬링에 출전한 선수들도 사상 첫 올림픽 출전에서 3승6패,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4강 진입엔 실패했지만 내로라하는 강팀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여 분명한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선물했다. 컬링 선수들은 외인구단이었다. 그러나 공포의 외인구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세계대회에 나가 외국 선수들이 쓰고 버린 장비를 주워 사용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였다.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선수들이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스피드스케이트 남자 팀 추월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을 따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네덜란드 선수와 겨루는 결승 장면에 콧날이 시큰거렸다.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네덜란드의 선수들과 당당히 겨룬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도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안현수 아니 빅토르 안에 관한 문제이다. 빅토르 안은 누구나 다 알다시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쇼트트랙 일인자였다. 그런 그가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으로 개명, 소치 올림픽에 참가했다. 5000m 계주, 1000m와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로 3관왕에 오른데 이어 8년 만에 금메달을 3개나 획득하는 업적을 쌓았다. 조국 대한민국을 등진 이유가 샅샅이 밝혀져야 한다.

그는 “러시아에 온 것은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 믿어주는 곳에서 마음 편히 운동하고 싶어서였다.”라고 강조했지만 말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 처방을 해야 쇼트트랙은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은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되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수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 국민들이 주는 금메달이다.

이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류근원 논설위원 동화작가 (안산덕성초등학교 교장)  kwroo5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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