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그런 점에서 요즈음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학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977년에 발표된 윤오영의 수필‘방망이 깎던 노인’입니다. 이 수필은‘방망이 깎던 노인’은 주인공이 40여년 전의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시작합니다.

주인공이 집에 가던 길에 아내를 위해 방망이를 사려고 마음을 먹었고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노인에게 방망이 한 벌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 노인은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이리 저리 돌려보는 등 자꾸 늑장을 부리면서, 주인공의 울화통을 터지게 했습니다. 차 시간이 가까워지자 주인공은 노인을 재촉했지만, 노인은 꿈쩍도 안하다가 한참 뒤에야 다 되었다며 방망이를 주었습니다. 그 사이에 차 시간을 놓친 주인공은 불쾌한 마음을 안고 다음 차로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방망이를 받은 아내는 주인공과는 달리 너무 좋아했습니다. 방망이 배가 적당하게 만들어졌는데, 이런 것은 요즈음 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모든 분노를 버리고, 노인에게 미안해했다는 것으로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저자가 이 이야기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장인(匠人)정신’입니다. 옛날 장인들은 자기가 맡은 물건을 만들 때,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그 이유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장인들은 남들의 눈에 아무리 괜찮아 보여도 자기가 보기에 완벽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폐기하고, 스스로가 보기에 진짜로 완벽하다고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다시 만들었다. 장인정신은 이처럼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남보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도전하는 정신을 가리킵니다.

이런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작품은 그저 남의 눈을 의식하고 만든 작품과 질적으로 전혀 다릅니다.물론 지금 당장은 잘 구분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이 둘의 가치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남의 눈에만 맞춘 작품은 머지 않아서 고장 나거나 쉽게 망가집니다. 그러나 장인정신이 만들어낸 작품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줍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보면, 남의 눈에만 좋게 하려다가 망가진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우선 배 자체를 보면, 더 많은 승객들을 싣기 위해서 증축하고 아름답게 꾸몄지만 그 대가로 그들은 배의 평형수를 줄였습니다.

그 결과 세월호는 승객들에게는 예쁜 배였을지 몰라도, 결국 해상교통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잃어버린 ‘빚 좋은 개살구’였던 것입니다. 재난 대처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경과 경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만, 초기에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전한 사건은 어쨌든 학부모들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책임자로서의 정신을 망각한 행위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잠시라도 그저 남의 기분을 좋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거나, 가능하면 완벽한 담당자가 되려는 생각은 사라지고, 남의 눈치만 보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인이 사라지는 결과로, 우리 사회는 이렇게 큰 아픔을 당했습니다. 만약에 청해진 해운이 선박회사로서의 장인정신을 가졌다면,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합니다. 장인정신이 결국 이익으로 돌아오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남의 눈만 의식하면 된다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에 남긴 큰 교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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