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살아온다고 살아왔는데, 돌아보면 아쉬운 순간이 많은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그렇게 7번이 지나면 일주일이 됩니다. 그리고 한 주가 서른 한 번이 모여서 한 달을 이루고, 열 두 달이 채워지면 일 년이 된 것을 볼 때, 2017년도 수많은 시간들이 지나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시간 중에 딱 잡아서 되돌릴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다시 말해서 우리가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바꿔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난 2009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앞으로 전진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으로 이르는 일생의 순환을 반대로 되돌려가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독특한 소재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은 80세의 외모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그렇게 저주받은 외모로 부모의 손에 버려진 벤자민 버튼은 보통 사람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이 늙어서 죽어갈 때, 그는 점점 어려지고 젊음을 얻게 됩니다. 그러던 중에 6살 소녀 데이지와 운명 같은 만남으로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비록 벤자민 버튼의 겉모습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6살 소녀와 다름없이 순수했습니다. 그렇게 벤자민 버튼은 젊음을 찾게 되고, 데이지는 성숙한 여인이 됩니다.

마침내, 서로의 시간이 절정에 이르는 ‘스윗 스팟(sweet spot)’에 이르게 됐습니다.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보냅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벤자민 버튼이 보통의 사람들과 다름없는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도 잠시, 벤자민 버튼과 데이지는 서로 반대의 일생을 지나게 됩니다.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과 나이가 들어 젊음을 잃어가는 데이지는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짧았던 그들의 달콤했던 순간은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 순간은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버린 것입니다.

우리도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나 멈출 수 없음에, 되돌릴 수 없음에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시간을 멈출 수 없음이, 되돌릴 수 없음이 매일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은 거꾸로 뒤집어도 흘러갑니다.

그 순간은 또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에 떠밀리거나 쫓겨 살아가기 보다는 시간을 만들고 가꿀 줄 알아야 합니다. 이미 그 순간은 지나버렸는데, 저 멀리 떠나버린 시간을 바라보며 후회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 잘 붙잡는 것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후회하지 않도록 잘 사는 것입니다. 어떻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하고, 행동 하나도 신중하게 하고,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고민에 또 고민해서 잘 선택하는 것이 흘러가는 시간을 잘 붙잡는 법입니다. 어차피 지나간 시간은 붙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을 잘 붙들어서, 남은 2017년을 멋지게 마무리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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