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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사계절
민복숙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 안산신문
  • 승인 2018.09.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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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송곳’으로 잘 알려진 최규석 작가가 쓴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갑옷도시’를 시작으로 기존의 모든 우화를 뒤집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었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 중 몇 개만이라도 살아남아 다른 많은 우화들처럼 작자미상의 이야기로 세상에 떠돌다 적절한 상황에 쓰이기를, 그리하여 오르지 못할 나무를 찍는 열 번의 도끼질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20편 모두 만화와 삽화로 되어 있어 읽기 쉽고 편하다. 하지만 내용은 만만치 않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의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린다.

뭐든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하는 마을이 있다. 연달아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영원히 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 규칙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마을의 위험한 일을 하다가 손을 다쳐 주먹만 낼 수 있는 그가 규칙에 불만을 제시하자 마을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로 규칙을 정하자고 한다. 그가 규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 모두를 이겨야 하는데, 과연 주먹만으로 그들 모두를 이겨 규칙을 바꿀 수 있을까?

팔이 없어 열매를 못 따는 원숭이들이 있다. 이들은 다른 원숭이들이 먹다 남긴 것만 주워 먹으며 맹수들이 쫓아와도 나무 위로 도망가지 못한다. 팔 있는 원숭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팔 없는 원숭이들, 그 중 한 원숭이가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맹훈련을 거듭한 끝에 나무열매를 마음대로 따먹을 수 있게 된다. 팔 없는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주어 칭찬과 존경을 받는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팔 없는 원숭이들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은 놀림과 멸시 속에 시달리게 된다.

천사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모든 어려움을 참고 용서하며 평생토록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았음에도 결국 가난하고 불행한 채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소년의 이야기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1퍼센트는 가만히 구경하면서 99퍼센트가 서로 경쟁하며 싸우게 만들어서 벌어들인 수입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노력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이 동시에 목표점에 도달할 수는 없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인데 어째서 그것들을 당연하게만 받아들였을까? 우리의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훈련시킨다고 모두 김연아나 박지성으로 만들 수 없고, 장애인들 또한 모두 오토다케나 닉부이치치가 될 수는 없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사회구조나 체제의 문제점은 교묘히 배제시키고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서로 간에 경쟁을 부추겨, 거기에서 낙오된 사람은 모두 개인의 탓으로 인식하도록 훈련되어진 것은 아닌지. 그동안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되어온 많은 일들이 실은 사회구조의 문제는 아닌지.

작가의 말처럼 절이 싫다고 무조건 중이 떠나기보다 때로는 그 절을 고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꼭 접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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