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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늑대의 파수꾼 <김은진/창비>정애란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 안산신문
  • 승인 2018.11.1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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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늑대의 파수꾼  <김은진/창비>

                                                정애란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타임머신이 관심의 초점이던 시절이 있었다. ‘백투더퓨처’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끌던 시대에 사람들은 모두 시간이동의 환상으로 들떴다. ‘터미네이터’도 미래에서 온 인물 이야기다. 물리적 한계를 초월한 상상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이유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지금의 시점이 아니라 시작점으로 가서 하나씩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명가수를 꿈꾸던 소녀 현수인은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감옥에 갇히자 비열한 일본인 가정의 식모로 들어가게 된다. 그 집 딸 하루코는 학생이고 제 아버지를 신뢰한다. 하루코가 같은 반 급우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걸 보게 된 수인이 도와주면서 둘 사이는 가까워진다. 경성 거리에 나가 파마도 하고 빙수도 같이 사먹는다. 자매처럼.

현재 시점의 주인공 햇귀는 같은 반 태후에게 남몰래 얻어맞으며 살고 있다. 그러다 자신이 ‘푸른 늑대의 파수꾼’이라는 인디언식 이름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 뒤, 누군가를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담임 선생님의 봉사 권유로 노인이 된 수인을 찾아갔다가, 우연히 다락방에서 낡은 시계를 만지다 시간이동을 하게 되어, 1940년 경성의 어렵지만 씩씩한 수인과 만나게 된다. 하루코의 아버지가 자금난으로 난처해지자 위안부 납치를 주모하게 되고, 햇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수인을 구하러 뛰어다닌다. 파수꾼 햇귀가 바꾼 역사로 수인은 위안부가 아닌 평범한 삶을 얻는다.

구원은 바깥에서 온다. 남자는 구원의 여인을 바라고 여자는 구원의 남성을 기다린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속담은 뒷모습까지 볼 수 있는 타인의 도움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등이 가려울 때 효자손이 요긴하게 쓰이는 것 같이.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를 가지고 상황을 헤쳐 나가려하는 10대들이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새 힘을 얻는 수인과 순수하고 정직한 햇귀가 그렇다. 수인과 햇귀는 각자의 현실에서 폭력의 피해자들이다. 이들의 만남은 시간을 초월해 해결해야할 문제가 언제 어느 시대에나 있음을 말해준다. 조상의 삶과 후손의 미래가 분리될 수 없다. 노인의 아픈 과거를 치유할 시간과 약은, 돕는 손길과 마음을 가진 지금의 청소년에게 있다. 피해자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어 담대히 맞서는 햇귀를 본다. 태후에게 정면 대응하는 장면은 통쾌하다.

제국주의 일본이 놓친 것은 개인의 행복이다. 로맨스를 꿈꾸는 하루코가 순탄하게 살아갔다면 좋았을 것을, 제 아버지가 꾸민 짓인 위안부 납치로 인해 끌려갔다가 바다에 투신한 것이 마음 아프다. 조선인에게 못되게 굴던 일본이 예상 못한 결과다.

궁극적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황금률로 말한다.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내가 대접 받기를 원한다면 남을 똑같이 대접해주어야 한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용서를 빌고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개인도 나라도 마찬가지다.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는 치사한 짓거리를 마다 않는 자들이 문제다.

“할머니, 그건 할머니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미친 늑대들이 날뛰는 시대였잖아요. 그 늑대들의 욕심이 너무 커서, 그래서 할머니가 나쁜 일을 당한 거예요. 할머니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요.” 햇귀가 과거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수인에게 해주는 말이다.

제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시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 있다. 위안부 문제를 무겁지 않게 다루었고, 해피엔딩으로 반전을 보여 준 것도 청소년들에게 권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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