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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며느리 /<선호빈/다큐멘터리>
  • 안산신문
  • 승인 2019.03.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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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코너에서 시선을 사로잡아 대충 훑다가 깊이 공감되어 단숨에 읽어버린 책 《B급 며느리》를 소개한다. 이 책은 결혼 후 내 뜻대로 되지 않아 갈등하는 이 시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닮았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이 목소리를 잃어 친정엄마나 대학선배로 빙의하여 속마음을 표출했다면, 《B급 며느리》의 주인공은 당돌하고 막힘없이 자신의 의사를 풀어낸다. 이 시대 며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잔인하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이 책은 올해 1월에 개봉했던 영화 ‘B급 며느리’의 후일담을 담고 있다. 영화를 만들면서 느꼈던 것과 한정된 시간 안에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정리해놓았다. 영화는 실제 주인공인 영화제작자 선호빈과 그의 아내 김진영이 등장하여 자신들이 겪었던 일을 풀어내는 다큐멘터리다. 아내와 어머니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을 때 모른 체 발 디디고 있는 ‘비겁한 평화’를 살펴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고 한다. 작가의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다.

아내는 눈치도 없고 개념도 없어서 부모님과 갈등을 만든다. 어머니는 평범한 시어머니로 고분고분하고 성실한 며느리를 원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과도한 참견과 집착이 아내를 힘들게 한다. 아내는 직설적이다. 싫으면 싫다고 어른들 앞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부모님은 그런 아내의 언행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는 김진영의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며느리가 제사에 가야하는 이유를, 왜 꼭 가야하느냐고 물으며 고리타분하다고 한다. 남편 선호빈은 이런 아내를 ‘이상한 여자와 결혼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동네 사람들은 멀쩡해 보이는 아내가 영화제작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김진영은 남편이 영화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프리랜서의 삶은 생활비 공포에 시달리게 한다. 그러나 김진영의 장점은 아이를 돌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쾌활하게 웃으며 지낸다는 것이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도 불평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김진영은 강하고 낙천적이다. 읽는 동안 이상한 여자 김진영의 에너지를 빼앗아온다. 다큐 제작을 하면서 선호빈은 ‘고통’은 좋은 것 팔아먹을 만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편집과정에서 부부싸움을 수십 번 보면서 우울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가족의 고통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 선호빈에게 아쉬운 점은 어머니와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1단계 모르쇠로 일관한다거나 2단계 다른 핑계를 댄다거나 3단계 노인을 위한 나라라고 한다거나 4단계 어머니에게 역습을 당한다거나 5단계 최종병기인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여자의 눈물을 치사한 무기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제대로 들어주지도 못하고 헛스윙만 돌린다. 때문에 맞으면 아프다.

이런 과정에도 아내를 무지개 같은 여자라고 표현한다거나 어머니를 일종의 권력을 행사하는 주방의 사령관으로 수용한 점에서 선호빈은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등 터진 새우꼴이 아닌, 회피의 달인에서 벗어난 진정한 중재자다. 아내와 시월드 사이에서 중재자는 남편일 것이다. 보고도 모른 체 한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김진영이 원한 것은 자신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통쾌하게 읽고 나서도 마무리가 개운치 못한 이유는 여전히 시월드는 존재하고 며느리를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일이 아직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B급 며느리를 응원한다. 나 역시 노력한다고는 해도 B급일 것이기에. 마지막장의 연표를 보니, IMF 때 결혼한 나의 역사를 활짝 펼쳐보는 듯하다. 느긋한 성격을 걱정한 불같은 시어머니는 많은 것을 양보하고 계신다. 다행히 새로운 세계는 아직은 평화롭게 현재진행중이다.

홍혜향<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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