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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자동차<김혜영 글/김효은 그림/낮은산 출판사>
  • 안산신문
  • 승인 2019.04.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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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작가는 17년 동안 타던 자동차를 폐차장에 보내고, 정이 많이 든 자동차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했다. 그것을 읽은 낮은산 출판사 편집자가 그림책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해왔다. 작가는 자신의 자동차 아벨라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탄생시키고자 많은 고민을 했다. 아벨라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그림작가로 김효은 작가를 선택하고 몇 년의 기다림 끝에 <열일곱 살 자동차>를 탄생시켰다.

책 표지에는 한적한 시골길 위에 자동차 한 대가 서있고 그 지붕 위에 한 남자아이가 앉아 있다. 긁힌 듯 덧칠해진 듯 까만색이 부자연스러운 자동차다. 제목 ‘열일곱 살 자동차’와 함께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아이가 태어난 날 자동차 공장에서 나온 아벨라는 그때부터 17년 동안 가족과 동고동락 했다. 카시트에 앉은 아이가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빠방’할 때는 듬직한 형이 되어 더욱 안전하게 운전을 했다. 활짝 핀 꽃길, 푸른 여름 바다, 풀빛 가득한 산길, 해가 지는 해안선을 온 가족이 함께 바라보았다. 어느 날 회사를 그만둔 엄마아빠가 농부가 되고자 시골로 들어가는 길. 아벨라는 자신보다 몇 배 큰 이삿짐 차를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뿌듯해한다. 시골에서 아벨라는 온갖 것들을 싣고 다녔고, 울퉁불퉁한 흙길을 지나다니느라 자동차 아랫부분을 심하게 다쳤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요란한 소리가 나서 정비소에 가보니,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부품으로 인해 수리가 안 된다고 한다. 아벨라가 움직일 때 나는 요란한 소리는 더욱 심해졌고, 아이가 의자에 몸을 깊숙이 숙이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벨라. 아이의 열일곱 생일 가족 나들이를 나가던 길에서 멈춰서버린 자동차. 이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헤어질 시간이다. 자동차는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나는 모양이 달라질 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갓난아이였던 네가 열일곱 살로 성장하는 세월을 다 기억하겠다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아이와 자동차의 변화를 물결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 자동차 뿐이겠는가! 아이가 태어나고 커가는 이면에는 부모의 늙음이 있고 물건들의 낡아감이 있다. 사람도 물건도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헤어진다. 같이 지낸 시간이 많을수록 이별의 슬픔은 큰 법. 그러나 이별의 강을 잘 건너면 아름다운 추억의 언덕을 오를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자연스럽게 이별의 공식을 말해주고 있다.
그림을 그린 김효은 작가는 <나는 지하철입니다>를 쓰고 그린 작가로 <열일곱 살 자동차>에서 자동차의 감정과 표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아벨라가 긁히고 녹슨 모습을 표현한 장면에서는 세상 풍파를 겪은 노인을 보는 듯하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우리 가족을 싣고 이곳저곳을 다닌 자동차에 이름 하나 지어주자. 이름 하나 지었을 뿐인데, 그 뒤로 아이는 자동차와 더 많은, 더 깊은 추억을 만들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고 나면 꼭 시간을 내서 조용하게 혼자 그림책을 보자.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 주위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언젠가 다가올 아름다운 이별을 떠올려보자. 그 이별을 준비해보자.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최소은<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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