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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 안산신문
  • 승인 2019.11.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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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몇 년 전에 나온 한 소설이 최근에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6년에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조남주’라는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 ‘여자’로 태어나서 ‘여성’으로서 겪어야 하는 소외와 냉대를 담았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김지영’은 어릴 때부터 가부장적인 문화와 남녀차별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랍니다. 학교에 가서는 여자 아이가 품위를 단정하게 하지 못해서 남학생에게 곤란한 일을 당하는 것이라고 지적을 받습니다. 사회에 나가보니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여 직원은 인정받기가 힘들고, 아이를 낳아서 엄마가 되고 보니 ‘맘충’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
  결국 서른네 살 김지영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입니다. 친정 엄마, 남편의 옛 애인, 학교 선배 등으로 빙의해 주위 사람들을 식겁 하게 만든다. 겉으로는 여전히 평범한 김지영의 삶을 살고 있어도, 속으로는 타인에게 원하지 않는 상처를 입고, 병이 들어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이 소설은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에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 개봉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많은 이슈가 되었던 영화답게, 누적 관객 수와 누적 매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는 이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잘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 즉 여성이라는 존재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그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큰 이슈를 낳았습니다. 이 영화가 제작 단계에 들어갔을 때부터 기대한 사람도 있었지만, 정반대의 사람도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어떤 배우가 캐스팅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해당 배우는 악플 세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유명 연예인들의 후기나 소감이 달릴 때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로 혹평이 난무하고, 이로 인해 고소고발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남자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독인 이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요? 감독의 의도는 젠더라는 표래임으로 바라보는 그런 찬반논쟁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어느 시사 잡지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19년을 사는 김지영들에게 괜찮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지영이 어머니보다는 지영이가, 지영이보다 지영이 딸 아영이가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뜻밖의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보며, 감독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갈등을 겪는 많은 부부를 만나면서, 남자로서의 고총과 여자로서의 고충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남자도 힘들고 여자도 힘들고, 각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다 맞습니다. 문제는 서로 자기가 힘든 것만 이야기하다보니, 싸움이 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 이렇게 말합니다. “서로 힘든 처지에 있는 만큼 서로 이해한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이 영화로 인한 논쟁이 많습니다. 그 때 서로 힘들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먼저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역지사지(易地思之)! 늘 기억해야 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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