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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
  • 안산신문
  • 승인 2019.11.2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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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날이면, 수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가면 되었던 날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힌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8시 10분까지 시험 장소에 도착해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모두가 숨죽여서 시험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어느 수험생의 귀에 상당히 거슬리는 소음이 발생합니다. 그 소리는 바로 옆줄에 앉아 있던 다른 수험생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였습니다. 아무래도 ‘수능한파’라는 말이 실감나게 추웠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코가 훌쩍였던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소음을 신경 쓰지 않고 참아보려고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긴장으로 인한 예민함이 극에 달한 만큼,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때 소음을 참지 못한 수험생이 택한 방법은 바로 문자로 112에 신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옆 수험생이 코를 자주 훌쩍여 시끄러우니 처리해 달라.” 그야말로 당황스럽습니다. 긴급문자 신고를 받은 112는 얼마나 더 황당했겠습니까? 수험생에게 이렇게 답변했다고 합니다. “해당 사항은 감독관에게 도움을 청해보십시오 ”
이 에피소드를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황당을 넘어서 분노합니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나?’ 한탄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험한 말로 해당 수험생에게 불쾌함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지난 3년간, 6년간, 혹은 12년간 한 가지 목표를 위하여 달려온 이 날에는 그 소음이 심히 거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요? 어쩌면 숫자로, 또한 그 숫자의 결과로 들어가게 될 대학교의 이름으로 인생을 판단하는 우리 사회가 그 학생을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그 숫자의 압박이 이 학생을 그렇게 주변을 배려하지 못하는 ‘괴물’처럼 만든 것은 아닐까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 되면 무조건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늘에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일정 시간 통제되고, 군부대의 군사훈련마저 중단됩니다. 야외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들은 통제되고, 최대한 소음이 발생하지 않게 조치를 취합니다. 아침 출근길은 1시 간이나 늦어진다. 새벽부터 경찰차는 눈에 되는 곳곳에 배치가 되고, 급한 전화 한 통이면 가야하는 곳까지 신속하게 태워다 줍니다.
수능을 치른 지 한참이나 지난 사람들, 수능을 볼 자녀가 없는 사람들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대한 협조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그 날만큼은 지난 3년간의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수험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배려합니다. 왜 배려하냐? 여기서 시험 보는 학생들이 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이 담긴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이상의 배려가 필요할 때가 되었습니다. 숫자가 좋으면 인정하고, 숫자가 나쁘면 ‘소 닭 보듯’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가치가 있음을 알려줄 때가 되었습니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주고, 그 강점을 잘 활용하면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것만 된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정책은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을 전해주는 우리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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