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우리는 무엇을 하든지 성공을 꿈꾸고, 어떻게 하면 대박날지 고민합니다. 유명한 방송인이 운영하는 사업장이 화제에 오르곤 합니다. 그곳이 맛집일 경우에는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끕니다. 그러나 과연 유명한 사람이 운영한다고 다 잘 될까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 전 어느 방송인이 운영하던 이태원에 자리한 태국 음식점이 폐업을 선언했습니다. 해당 방송인이 개인적인 어려움을 딛고 나서 음식 사업으로 성공했던 터라, 사람들은 폐업 소식에 마치 자기일처럼 아쉬워했습니다.
  이태원에서도 십수 년간 사랑받았던 해당 음식점이 폐업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보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된 도시 지역이 활성화되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되면서 기존의 주민들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십수 년 전에 이태원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상권이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인기 명소가 됩니다. 그러자 이익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새롭게 유입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지나치게 올려 받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원주민들이 떠나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는 이미 여러 곳에서 불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내몰려 폐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방송인의 사연으로, 또 다시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 현상’으로 명명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마치 새가 다른 큰 새의 공격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등지를 빼앗기게 되는 것처럼, 둥지를 지키려는 사람과 등지를 차지하려는 사람들 간에 생기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이것이 낙후되었던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서 갈등을 그냥 두고 보면 될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언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갈등 양상이 동반되는 현상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라 모두가 합의하고 인정하는 해결 방안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바로 '상생’(相生)‘입니다. 원래 있던 둥지에서 몰아내지 않고, 다른 등지를 보호하면서 새로운 등지를 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잔인하고 무서운 현상이라고 방조하는 목소리를 내기보다, 결국 ‘함께’하는 길이 서로를 살릴 수 있음에 대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어느덧 2019년이 끝나가고, 202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우리 안산의 곳곳이 발전할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발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사는 것입니다. 특정한 누구만 사는 것은 결국 우리 전체를 망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십 수 년 동안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음식점을 폐업하면서 아쉬움을 토로한 어느 방송인의 심정을 기억합시다. 둥지가 내몰리지 않도록 끝까지 맞섰지만 폐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을 넘어서서, 원주민이 새로 유입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메시지를 기억하는 우리 마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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