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우/시공사

‘날씨가 좋으면 어디로 찾아가겠다는 것일까?’ 도서관에 게시되어있는 추천 책 중 내 머릿속 안테나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계속 주시했다. 사람을 안 보고 사람 이름만 들으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진다. 책도 마찬가지다. 제목에서부터 궁금증을 자극했다.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작가가 바라보는 제주 앞바다를 보며 바다가 아닌 책 속으로 빠져본다.
이 책은 여러 장르를 포함한 소설이다. 여러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해진 시간에 북현리라는 시골마을 동네책방에 모여 독서토론을 한다는 꿈같은 이야기는 판타지소설이다. 동네책방 주인장 은섭과 서울에서 고단한 직장생활을 잠시 접고 고향으로 내려온 동창 해원의 이야기는 연애소설이다. 펜션을 운영하는 해원의 이모 명여와 해원과의 갈등, 그리고 해원의 동창 보영과 해원과의 갈등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용서와 희망을 던져주는 이야기로 성장소설이다. 이렇듯 여러 장르를 포함한 소설은 독자에게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고향을 찾아온 해원과 은섭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은섭은 해원이 찾아온 이후부터 블로그에 비밀일기를 쓰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고향 동창 모임에서 은섭의 마음은 들키지만 은섭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다 해원이 은섭의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사랑의 첫 단추를 채운다.
“그녀는 지금 같은 지붕 아래 잠들어 있습니다. 아까는 내 방에 들어와 책상에 놓인 구형 램프를 보고는 아름답다고도 말했습니다. 순간 행복해진 나는, 불현듯 덜컥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불꽃같이 고백하기를….”
은섭이 비밀일기에 쓴 한 대목이다. 산은 정상에 있을 때보다 올라가는 과정에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할 때 더 생기가 있듯이 사랑도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서 긴장이 더 고조된다.
은섭과 해원의 관계가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해원과 이모, 해원과 동창인 보영과의 관계는 또 다른 이야기다. 해원은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어릴 적 7년 동안 이모가 해원을 키웠다. 폭력에 시달리다 못한 해원엄마가 해원아빠를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폭로한 보영을 지금까지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동네 책방에 모인 사람들에게 보영을 멀리하는 이유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야. 그리고 옆에서 화해를 강요하지 마. 그런 일들엔 타이밍이란 게 있는 거야.” 명여 이모가 말한다.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고? 만나지 말자는 소리네.” “그냥, 만나기 싫다고 말하렴. 언제 한번 밥이나 먹지, 날씨 좋을 때 보자… 난 그런 빈말 싫더라.”
누구나 해야 할 숙제를 갖고 있는 것처럼 미루는 일들이 한두 가지는 있을 듯하다. 그것이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이라면 더욱 미루게 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다. 엄마와 이모에 얽힌 비밀은 해원에게 더욱 충격을 안겨주며 사랑하는 은섭과도 두 달 동안 이별하게 만들었다. 해원의 말대로 날씨가 좋아서 찾아온 것인지 직접 그리고 쓴 첫 그림책 출판에 대한 기쁨으로 찾아왔는지는 말하지 않으나 약속은 지켰다. 해원의 마음은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찼고 연인과 친구, 이모까지 봄 햇살과 같이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필력을 믿은 것에 후회하지 않는다. 여성작가임에도 은섭의 연애심리를 꿰뚫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다. 매일 블로그에 비밀일기를 쓰는 은섭에게 빙의 된 작가는 사랑이야기를 잘 풀어나갔다. 해원과 이모, 해원과 보영이 관계에서도 작가는 용서와 화해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고 상처를 잘 보듬어 주었다.
다양한 인물의 등장으로 마치 인간시장을 보는 듯하다. 특히, 은섭과 해원의 동창 장우는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넉살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아 여기저기 불리기도 하고 많은 모임에 기여도 한다.
‘날씨가 좋으면 어디로 찾아가겠다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풀린다. 찾아나서는 곳은 용서와 화해의 장소다. 꼭 장소가 아니어도 된다. 날씨가 좋지 않아도 된다. 때와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를 열어갈 용기만 있다면 그 마음부터 용서와 화해는 시작된다.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면, 누군가를 용서해야 한다면 사랑과 용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읽고 용기 내보기를 권한다.

정명호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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