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지난 1월 14일 대통령의 신년사가 있었다. 신년사 내용대로 대한민국이 굴러간다면야 얼마나 좋을까마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잘 다듬어진 화려한 미사여구 문장, 그 뒤에 감추어진 숨은 현실에 가슴 먹먹하기 이를 데 없다. 신년사 발표가 끝나고 기자회견장에서 조국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조국에게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국민도 조 전 장관을 놓아주자.”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뿌린 씨, 조국 때문에 이 나라 국론이 두 동강으로 박살이 났는데 아직도 국론 봉합에 관한 변변한 답변조차 못 듣고 있는 현실이다. 그토록 그게 대통령에게 힘든 말일까?

대통령은 사심 표현에 극도로 말을 아껴야한다. 대통령에게는 내 편 네 편이 없다. 국민 모두를 아우르며 가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조국은 아직도 수사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일단 수사 결과를 보고 말하겠다는 게 올바른 처신이 아닌가? 더 황당한 것은 이 말 이후로 조국백서가 등장하고, 반대 측에서는 조국흑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가 웃을 일이다. 늦었지만 서울대에서는 그를 교수직에서 직위해제했다. 댓글에서는 또 욕설들이 난무할 것이다.

현 법무장관은 임용되자마자 기세등등하게 검찰총장의 수족들을 솎아내고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일사분란하게 심어놓았다. 이제 고립무원이 된 검찰총장을 향해 그들은 마지막 화살을 당기려 할 것이다. 벌써 한 지검장은 검찰총장의 결재를 무시한 채 법무부에 직행결재를 했다고 한다. 관청이나 학교에서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전결제도가 있지만 중요한 건은 반드시 관리자의 결재를 받는다. 지난 1월은 신년사를 기점으로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라는 것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말들의 잔치판이 펼쳐질 것이다. 온갖 포장된 말들은 물론 인신공격의 못된 말들도 범람할 것이다. 각 당들은 자나 깨나 말조심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입은 럭비공 같아서 어디로 튈 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말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1월 유튜브 방송에서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말해 장애인 비하 논란에 또 휩싸였다. 2018년에는 “정치권을 보면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해 장애인 협회로부터 지탄을 받았었다.

정치에 나서고 싶은 사람들은 지난 날 설화로 한방에 훅 간 정치인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정동영(열린우리당) 의장은 노인들을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 이제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는 말 때문에 총선을 사흘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를 사퇴하고 말았다. 젊은 시절 명아나운서로 사랑 받았던 그도 말 한마디에 훅 가고 말았다.

2015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연탄 배달 자원봉사 중 흑인 유학생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조선족 비하 발언까지 터졌다. 2016년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진박 공천, 옥새 파동까지 겹치면서 151석에서 122석으로 주저앉고 제1당 자리마저 헌납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 신년회에서 주민들의 항의성 발언이 잇자 “그동안 동네 물이 많이 나빠졌네.”라며 빈정거렸다.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주민들에게 한 말이다. 국회의원으로 총선에 나온다면 무조건 케이오 패다. ‘화살은 쏘고 줍지만, 말은 하고 못 줍는다’라는 말이 하나 틀리지 않는다. 

우리 시에도 시의원 한 명이 성희롱과 막말의 중심에 서 있다. 작년 11월 안산시립국악단원에 대한 성희롱과 막말로 그는 문화복지위원장 직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지난 1월에는 공중파방송 뉴스에까지 나와 안산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이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말과 관계된 속담은 무려 100여 개에 이른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가까워올수록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이다. 어디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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