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유호식 옮김, 민음사>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로 명성을 얻은 유명작가다. 그러나 그도 말년에 글쓰기의 어려움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도전으로 펴낸 《세 가지 이야기》가 여러 평론가와 대중에게 찬사를 받으며 슬럼프를 극복한다.
  《세 가지 이야기》는 플로베르의 단편소설모음집이다. 책은 <순박한 마음>, <구호수도사 성 쥘리앵의 전설>, <헤로디아>로 이루어져있다. 이 세 단편은 플로베르의 사실주의와 인간관을 잘 담은 작품들이다. 플로베르의 문체는 정교하다는 호평을 받는다. 실제로 그는 한 문장의 단어 하나도 많은 시간을 들여 쓴다고 전해진다.
  세 작품 중에서 사랑과 이별을 겪은 내용이 주를 이루는 <순박한 마음>이 마음에 와 닿아 소개하려 한다. <순박한 마음>은 19세기 당시 하녀의 삶을 평범하게 그려냈다. 19세기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문학은 중상층을 다루었던 이전과 달리 주로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하녀인 펠리시테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도 그러하다. 여성인물을 어머니와 아내 역할로만 수행하는 고전문학과 달리 하층민이자 하녀인 펠리시테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펠리시테는 오뱅 부인이 아끼는 충직한 하녀다. 펠리시테는 어렸을 적에 부모를 잃었다. 농사꾼들에게 구박을 받았고 동료들에게 시샘을 받았다. 한때 한 청년과 사랑을 나눴지만 청년의 군 징집 문제로 이별하게 된다. 오뱅 부인의 집에 고용된 후, 부인의 딸인 비르지니와 아들 폴을 보물처럼 돌본다. 오뱅 부인의 조카 빅토르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빅토르는 아바나로 향하는 중 황열병으로 죽는다. 그리고 비르지니도 폐렴으로 사망한다. 펠리시테는 오뱅 부인이 선물로 받은 앵무새를 돌본다. 미국에서 온 앵무새는 펠리시테에게 죽은 빅토르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펠리시테는 이 앵무새를 극진히 돌봤으며 앵무새가 죽을 때 무척 슬퍼한다. 그녀는 폐렴에 걸리고 박제한 앵무새로 제단을 만든다. 임종의 순간 거대한 앵무새 형상을 보며 이야기는 끝난다.
  <순박한 마음>은 읽는 내내 담담한 느낌을 준다. 이루지 못한 사랑과 친애하는 사람들의 연속적 죽음을 겪은 펠리시테의 삶이 비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고난은 하녀라는 직업적 가치를 깨닫게 되고 인간으로 존중받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뱅 부인이 딸 비르지니를 잃어 절망에 빠졌을 때, 펠리시테는 부인에게 충분한 위로와 공감을 줌으로 오뱅 부인은 펠리시테를 포옹하고 서로의 고통을 나눈다. 펠리시테는 이에 오뱅 부인에게 더욱 감동하며 헌신적으로 부인을 섬긴다.
  “두 사람은 힘껏 서로를 껴안은 채, 주인과 하녀의 신분 차이를 잊고 입맞춤을 나누며 서로의 고통을 달랬다. 그 두 사람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오뱅 부인은 결코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날부터는 집에서 기르는 짐승처럼 헌신적으로, 그리고 종교적 대상을 숭배하듯 부인을 극진히 섬겼다. 펠리시테의 착한 심성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갔다.”
  두 여성 간의 유대감은 신분차이를 뛰어 넘어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모습이다. 펠리시테는 비르지니의 무덤을 매일 찾아가고 오뱅 부인과 비르지니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이는 단순히 비르지니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비르지니를 귀중하게 돌보던 펠리시테의 진심임을 알 수 있다.
  훗날 오뱅 부인이 죽자, 마을사람들은 평소에 거만했던 오뱅 부인을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과 달리 펠리시테만 그녀의 죽음에 큰 슬픔을 표한다. 오뱅 부인은 펠리시테를 자랑스러운 충직한 하녀로 여겼기에 펠리시테에게 소중한 존재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했던 오뱅 부인의 죽음은 펠리시테에게 자신의 죽음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인지 펠리시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
  펠리시테의 마지막 순간에 커다란 앵무새가 등장한다. 이 앵무새는 성체를 나타내며 성스러운 죽음을 표한 것이라고 해설에서 말한다. 펠리시테의 평탄한 인생에서 앵무새 성체는 그녀에게 보상을 준 느낌이다. 그래서 이 앵무새 성체는 결말의 여운을 남긴다. 큰 업적을 쌓은 것은 아닐지라도 인간의 삶은 존엄하다는 점을 전달한다. 바쁜 삶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임을 잊고 산다. <순박한 마음>을 통해 우리에게 잊고 있던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전지환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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