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다. 개구리의 입이 떨어진다는 경칩도 내일이다. 춘삼월은 음력을 말하지만, 벌써 볕바른 곳에는 매화꽃이 피고, 남녘에서는 산수유가 꽃망울을 열기 시작했다. 꽃소식 생각만 해도 가슴에 꽃이 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 한낱 사치에 불과할 뿐, 나라 전체가 코로나19로 혼돈의 나락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코로나19는 작년 12월, 중국 우한 지방에서 발생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이다. 감염 확산세가 불길처럼 번져서야 WHO(세계보건기구)는 뒤늦게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번 전염병의 제일 큰 기생숙주는 WHO 사무총장이다. 그의 책임이 크다. 이름조차 길어 올리기조차 역겹다. 그가 누구인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무총장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니 중국의 졸개 역할 밖에 할 줄 모른다. 처음 우한 폐렴이 발생했을 때 그의 황당한 발표이다. “중국을 자꾸자꾸 칭찬하고 싶다. 중국의 조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는 걸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무총장으로서 이게 어디 할 말인가? 게다가 신종코로나 비상사태 반대에 제일 앞장섰음은 물론 교역 여행 제한까지 반대한 인물이다. 이 인물은 얼마 전에도 중국의 전염병 대책을 아주 잘 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우리 정부 내에는 없을까? 
코로나19로 나라가 온통 공포의 나락에 빠지고 말았다. 정부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칠 수 있던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의사협회에서 중국인 입국 반대를 건의했는데도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그 불통으로 결국 이 사태까지 오고 말았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불통들에게 화살이 가는 거야 괜찮지만 그게 국민들만 온통 바가지를 쓰고 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통령은 지난 2월 23일,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를 발표, 총력전을 편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정권은 희한한 말로 전염병 위험을 격하시켜 발표하곤 했다. 지난 2월 13일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며 국민들에게 경제활동 참여를 종용까지 했다. 때를 맞추어 법무부장관, 외교부장관, 당 대표까지 호들갑을 떨며 우르르 나섰다. “정부의 대응 태세가 세계적인 모범사례로 인증됐다. 아주 실효적으로 차단했다며 중국 측이 각별히 고마워했다.”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청와대는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더욱이 지난 26일 보건복지부장관은 ‘감염원을 갖고 온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해댔다. 세상에 이런 사고방식의 장관이 있으니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오는데 지름길로 달려오게 만든 게 아닌가.
이 정부가 야당시절인 2015년 메르스 확진자들로 인해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임을 인식하라고 들고 일어났던 사람들이다.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며 성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던 사람들이다. 지난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더라면 국민들은 지금 얼마나 정부를 믿으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직까지도 정부는 중국인들의 입국 반대에 마이동풍이다. 중국이 이제는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고 있다. 교민들은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 비행기가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하고 회항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분통 터지는 일이다.
확진자 수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사망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 오름세가 꺾일 징후가 보이질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지극히 낮은 일선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자원 봉사자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대구로 날아가는 의료진과 기업들의 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그들의 봉사 활동에 가슴이 미어진다. 너무 힘에 겨워 쓰러져 있는 의료진들을 보면 눈물이 난다. 정부의 힘이 못 미치면 국민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서로 힘을 모아 배려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수밖에 없다. 예전 같았으면 춘삼월 호시절이라며 노래라도 나올 날들이다. 마스크 하나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현실, 이래저래 국민들만 걱정공장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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