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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속의 농심(農心)까지 사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03.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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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 <동화작가>

코로나19로 일상이 확 바뀌었다. 다닐 데가 별로 없다. 보이는 곳마다 을씨년스럽고 썰렁하다. 남녘의 꽃잔치들은 줄줄이 취소되고, 음식점, 커피숍, 시외버스 터미널과 전철 안도 휭 하니 찬바람만 일렁거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넘쳐야 할 학교도 텅 비었다. 그네만이 바람과 함께 놀고 있을 뿐, 개학은 또 연기될 전망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생활이 180도로 변하고 말았다. 코로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일상의 소소했던 만남들조차 새삼 그리워진다. 코로나 이전, 사람들과의 소소한 만남이 이토록 소중한 줄 비로소 깨닫는다.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산책길을 함께했던 그 모습들이 그립기까지 하다. 이젠 친구들과의 만남에도 ‘혹시나?’하는 조바심에 선뜻 약속잡기도 난감하기만 하다. 
집 가까운 대형마트에 들렀다. 특별히 살 것은 없었지만 신문기사를 보고 들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코로나로 고생하고 있는 대구, 경북의 농부에 관한 기사였다. 다른 하나는 화를 돋우는 모 방송사의 어처구니없는 보도 때문이기도 했다.   
코로나 여파로 대구, 경북에서 재배되는 농산물 구매가 곤두박질쳤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도군의 미나리는 최근 1개월간 평년 대비 판매량의 80%나 줄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딸기, 참외 등의 가격도 처참하게 하락, 농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농산물 주문 취소 속출로 ‘코로나가 농사까지 망칠 줄이야’라며 망연자실하는 농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농산물서 감염될 확률은 전혀 없다’라고 말하지만 사람 심리가 그렇지 않다. 대구, 경북의 농산물은 왠지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TV에서 미나리 재배 단지로 향하는 관광객들로 만원사례였던 음식점 모습이 기억 속에 생생하다. 이럴 때일수록 아픔을 같이 나누는 지혜를 너도나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또한 대구, 경북 비하 발언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한 언론인(?)의 작태가 화를 돋우었다. 이 사람은 매번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전쟁터 같은 현장에서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고사리 손들의 성금이 이어지고, 지체장애소년은 어렵게 모은 마스크를 파출소에 몰래 놓고 가기도 한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전국에서 답지하고 있다. 의료진들의 땀방울과 자원한 모녀 간호사의 구슬땀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응원은 보내지 못할망정 이 사람은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구 지역 확진자 수를 언급하며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이 아니다. 이 사람의 막말은 여태까지 그래왔다. 방송사 자유게시판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 사람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방송사에 시장이란 사람은 어떤 해명도 꺼내놓질 않는다. 유유상종, 끼리끼리의 모범적(?) 사례이다. 얼굴에 철판 깐 사람들이라 미동조차 하질 않는다. 선거판이 가까워오면 더 심한 막말도 쏟아낼 철면피들이다.
이런저런 분분한 생각에 진열대에 놓여 있는 미나리가 더 초라하게 보인다. 미나리 앞을 한동안 떠나지 못한다. 미나리 속에서 망연자실하던 농부들의 모습이 살아나온다. ‘힘내세요. 아픔은 바로 지나갈 것입니다.’ 하나면 충분할 걸 석 단을 샀다. ‘뭘 해먹지?’ 고민도 잠깐이었다. 생으로 먹고, 즙을 내서 먹기도 하고, 미나리전도 부쳐 먹고, 그래도 남을 것 같으면 이웃과도 나누어 먹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소소하게 보이던 것조차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하루속히 이 코로나가 사라져야 한다. 다행히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때를 놓칠세라 정부와 관계자들은 이 정부 특유의 자화자찬으로 언론을 도배질하고 있다. “모두가 국민이 한마음 되어 된 것입니다.”라며 국민에게 공을 돌려야 되는 게 정상이 아닌가? 그런 말하기조차 그렇게도 힘이 드는 정부인가? 집으로 향하는 길, 미나리 속 농부들의 힘든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래저래 미나리를 들고 오는 손과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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