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더숲>

깨달음을 주는 따끔한 지침서다. 길을 잃고 어딘지 헤매고 있을 때 비상등을 켜고 방향제시를 해준다. 또한 이 책은 퀘렌시아다. 자아 회복의 장소처럼 편안함을 준다.
  삶이란 우리의 영혼이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책이라고 한다.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없듯이 책도 뒷장을 넘겨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책을 통해 여행을 하고 삶에 대한 명쾌한 답을 얻는다.
  이 글을 쓴 작가를 처음 접한 건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등의 시집을 통해서다. 류시화는 필명이다. 부드럽고 여성적인 문체를 갖고 있어서인지 남자 시인임을 알아채기 어렵다. 본명은 안재찬으로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아침' 을 통해 데뷔한 필력 있는 작가다.
  내가 가는 길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선택이란 어렵다. 터키 나짐 히크매트 시인은 어느 길로 가야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바로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라는 시를 썼다. 작가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선택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이 길에 마음이 담겨있는지. 마음이 담겨있다면 그 길이 좋은 길이라고 한다. ‘길’의 어원은 ‘길들이다’임을 기억하고 스스로 길을 들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라고 한다. 마음이 담긴 길이라면 그곳은 빛나는 길일 것이다.
  여행도 그렇다.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가슴을 갖다 대었는지 묻는다. 마음만으로 보는 것은 어렵다. 작가의 말처럼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을 쏟아가고 또 가면 비로소 검은 천으로 가린 얼굴을 보여줄 것이라 확신한다.
  욕설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있다. 받는 사람 또한 상처를 되돌려준다. 상처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한동안 대화가 단절된다. 타인을 상처 입힘으로써 나 자신에게 입히는 상처가 컸기 때문이리라. 이럴 때 테러리스트가 되지 말고 테라피스트가 되라고 한다. 공격자가 아니라 치유자가 되라는 것이다. 상대에게 좋은 에너지를 보내면 동일한 에너지가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승과 전갈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인간의 본성처럼 전갈, 벌, 꽃, 새 모두가 자신의 본성에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다. 익사 직전에 구조된 전갈은 구해준 수도승의 손바닥에 꼬리의 독침을 박았다. 극심한 통증에 전갈을 떼어내자 전갈은 다시 물속에 빠진다. 수도승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갈의 본성 또한 찌르는 것이므로. 수도승은 구해주는 것이 수행자의 몫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본성에 충실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선한 본성보다 악한 본성을 선택한건 아닌지. 이기적 본성을 따른 건 아닌지. 선택은 나한테 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돌을 모으는 새처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에 집착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본다. 나는 어느 쪽으로 날고 있는 것일까. 현실만 바라보고 과거를 내려놓기란 힘들다.
  새의 날개에 매단 돌은 무거운 짐이다. 무거운 돌을 매단 새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렵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뒤에 한 무더기 쓸모없는 돌멩이만 남긴다. 내려놓을수록 자유롭고, 자유로울수록 더 높이 날고, 높이 날수록 더 많이 본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순한 바람으로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갯짓하는 나를 그려본다.

홍혜향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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