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송<작가/노인심리/가족상담사>

“일주일에 2회만 전화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산에서 손에 꼽힌다는 어느 요양원 복지사의 권장사항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말이 과연 요양원에 떨어져 있는 연로하신 부모님들께 좋은 권장사항이란 말인가?
‘효도’란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식바라기’에 일평생을 바친 부모님, 그런 부모님을 향해 자식이 관심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고, 잘해드린다 해도 ‘과하다, 지나치다란’ 말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가족과 떨어져 하루하루를 지내는 부모님에게 한마디의 안부인사, 가족들의 익숙한 목소리의 울림이 더욱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 이런 시기다!
‘적당히 전화하라’는 복지사의 말은 불안한 심리상태인 부모를 위한 적당한 행동지침이 아니다. 적당히 연락하라는 이유가 되는 ‘입소 어르신과 직원, 동료간의 라포형성’, ‘요양원적응을 빠르게 돕기위한 처사’라 해도 나에겐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어이없는 권장사항’이다.
차라리 ‘외로움을 느끼실테니 자주 전화하시고 목소리 들려 주세요’가 맞는 권장사항일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실버 복지시설들의 면회금지가 봉쇄되었다. 요양원, 양로원 등등. 3월, 갑자기 늘어난 요양원 확진자들 보도로 인해 요양원은 ‘면회 전면 금지’가 됐다. 요양원에 입소한 부모를 둔 보호자들은 부모님을 멀리 모셔놓고 얼굴도 못보는 상황이 되었다.
입소가족인 자녀, 보호자들은 요양원의 방침에 처사에 곱게 '네, 시키는대로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는 대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원해서 입소했건, 가족들이 모시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입소했건 간에, 떨어지게 된 가족들은 항상 마음이 안스러운게 당연하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확산때문에 단체생활 집합체에 돌발적인 비상상황의 걱정도 부가되었다. 어느새 진하게 그어진 연로하신 부모님과 자식들과의 면회불가의 라인이 생겼다. ‘넘어가면 큰 일 날지도 몰라’의 코로나 격리의 금!
이것은 천륜을 삭막하게 만들고, 가족의 유대를 흐트러 뜨리고 있다. 어쩌다 한번 자식들과의 상봉을 기다리시던 요양원 부모님들은 갑자기 단절된 채 건물에 갇혀 지내는 상황으로 ‘한시적 이산가족’이 되었다. 매일 자녀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릴 것이다.
말이 ‘한시적’이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답변없는 ‘묵시적’ 단절의 현실이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격리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현실이 된 지금, 연로하신 부모님들은 요양원에 격리된 채 가족들이 그리워 밤새 눈물을 찍어 내실지도 모른다.
그들의 자녀들인 보호자들은 부모님들을 볼 수 없음으로 인한 걱정은 코로나가 유행하기 전의 평소때보다 더 많아졌으리라 생각한다.
‘잘지내고 계신지, 몸은 그대로 건강하신지 ...’ 입원한 부모님들이 가족들을 그리워하다 갑자기 건강상태가 악화되면 어쩌나, 치매가 진행되어 그간 알아보던 자식들 얼굴도 못 알아본 채로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염려들, 이런 생각들이 아예 황당한 상상은 아닐 것이다.
가족상봉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 여러가지 안좋은 일들이 기우로 다가선다. 실버기관 관계자들은 ‘그나마 목소리라도 자주듣는 기회’를 만들고, 영상통화라도 자주 접하게 권장해 간접대면이라도 더 늘려야 하는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부모든 보호자들이든 조금이라도 덜 염려되고 마음이 놓일 것이다.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그들도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모’이기도 하다.
자식과 부모의 마음의 연결고리가 어떠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도 알 것이다.무조건적인 ‘가족들간의 면회 금지’보다는 대안책을 어떻게든 마련해야 한다. 생각하면 좋은 방법은 만들어 낼 수 있고, 실행 할 수 있다. 하고자 시도해보려는 마음이 미흡할 뿐이다. 전화로 통화하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얘기 나눌수 있는 ‘창밖면회’도 대안책이 될수 있다. 투명한 유리창은 이럴때 이용하라고 만들어진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양원이든 양로원이든 장애인 시설이든, 격리가 이루어짐이 당연하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대안을 마련해 봅시다!’라는 목적을 두고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이제나 저제나 자식들 보기를 갈망하는 힘없는 늙은 부모의 입장이라면 억지로 면회금지에 묶여 부모를 찾아뵐 수 없는 애틋한 자식의 입장이라면, 남의 일처럼 그렇게 모멸차게 쉽게 금을 그어버리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케어하는 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전? 건강? 안전함도 중요하고 몸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은 가족들로부터 전달되어지는 ‘마음건강’이다. 여전히 가족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받고 있다는 좋은 기운이 도는 따뜻한 느낌, 여전히 부모님과 내가 잘 연결되어 있다는 자식의 안도하는 마음.
나이든 채로 가족과 따로인 안식처에서 영면을 준비하는 부모들의 마음 한구석엔 항상 그리움으로 물든 애틋한 마음이 있지 않을까?
요양원에서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연로한 부모의 입장에서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것, 연로한 부모의 입장에서 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것,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 있던지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필링이다.
원에 빠르게 적응하고 모든 규칙을 무리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가족과의 생이별로 격리된 마음을 추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될 순 없다. 어느 것이 먼저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가족과의 면회는 왜 중요한가? 함께였던 내 가족과의 정기적인 만남은 남은여생을 여전히 빛을 받으며 살게하는 ‘식물의 광합성’과 같다는 생각이다. 원으로 방문하는 가족과의 상봉은 나이가 들고 힘이 없는 연로하신 부모님께는 삶을 지탱하게 하는 에너지가 되고 든든함이 된다.
그리운 가족으로부터의 정감어린 통화 그리고 면회,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는 꼭 필요한 필수영양제고 치료제가 될 것이다. 자식들의 관심이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든든한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원에 계신 부모님들, 하나같이 나이는 백세를 향하여 가는 노령이지만, 마음은 여리디 여린 가족들의 해바라기 꽃이 되어있다. 요양원의 ‘가족면회 전면금지’, 이대로 금지가 옳은 것일까, 대안은 정녕 없는 것인가? 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긍정적 대안’을 생각해볼 때다.
무작정 ‘금지’하는 것보다는 슬기로운 방법의 ‘간접대면’이라도 고안해보아야 한다. 시린 마음에 따뜻함을 선사하고 가족유대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좋은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원칙만 중요하다고 우격다짐하는 것보다, 슬기로운 방법으로 창의적인 대안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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