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현충일 전날, 국가보훈처에 어이없는 촌극이 벌어졌다. 현충일 추념식에 제1·2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의 유가족 및 생존자가 제외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였다. 비난의 화살이 예서제서 쏟아지자, 국가보훈처는 부랴부랴 뒤늦게 초청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초청 인원을 대폭 축소했다는 변명이 가히 압권이었다. 차라리 수준 미달의 정치인들을 축소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초청하는 게 마땅한 일이 아닌가. 해프닝 끝에 참석은 했지만, 그들의 가슴은 얼마나 또 무너졌을까? 자꾸만 지난 서해수호의 날에 대통령에게 다가가 “대통령님,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며 묻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보훈처로서도 말 못할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이 모두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잘못 만난 탓이리라.
6월 6일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처럼 6월 10일도 잊어서는 안 될 날이다. 우리는 그 날을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라 부른다. 6‧10 민주항쟁은 1987년 6월, 전두환 정권에 맞서 전국에서 성난 파도처럼, 들불처럼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1987년 4월, 전두환의 특별담화 내용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아 임기 중 개헌이 불가능하니, 현행 5공화국 헌법대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정권을 이양하겠다.”는 것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간접선거를 통해 입맛에 맞는 대통령을 뽑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대통령 직선제로의 개헌을 바라던 국민들의 반발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말았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 전국 곳곳에서 호헌 철폐와 독재 타도를 외치는 함성이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시위 현장에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 상인, 농민들까지도 참여하였다. 온 나라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6월 29일, 전두환 정권은 마침내 헌법 개정과 민주 선거를 약속해야만 했다. 군사 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꺼질 줄 모르던 민주화 운동의 당연한 결과였다. 이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198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들은 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 역사상 처음으로 여소야대 국회가 형성되었다.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여 5공화국의 비리와 광주 학살의 진상을 밝혀냈다.
우리에게 6·10 민주항쟁은 종결된 것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이다. 미래로 더 나아가야 하고 힘차게 세계 속으로 비상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민주주의로 가는 징검돌을 건너고 있는 중이다.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의 징계 건이 그렇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둘러싼 윤미향 의원의 수많은 의혹들이 증명하고도 남는다. 피고인 신분인 현 의원은 재판 중에 “기자 회견 때문에 보내 달라.”는 기막힌 주문까지 법관들에게 해서 온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참 희한한 현실이다. 
6월 10일에는 6월 민주항쟁에 가리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6·10 만세운동’이다. 이 운동은 1926년 6월 10일,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이던 순종의 장례식에 일어났던 독립만세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가 황제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일본 경찰들의 강제해산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도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독립만세운동을 하기로 결의를 했다. 순종의 장례식인 6월 10일, 서울과 지방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했지만 3·1 운동으로 혼쭐이 난 일제의 철저한 탄압으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국내외 민족운동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것이 3년 뒤 1929년의 ‘광주학생 항일운동’으로 이어졌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현충일과 더불어 6·10 민주항쟁 그리고 6·10 만세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고 나라의 소중함을 여느 때보다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정치인들이 서로 손잡고 국민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 티격태격 싸움질은 날려 버리고. 국회 안에서 국민만을 위하는 토론을 꽃 피워야 할 것이다. 6월 10일이 정치인들에게 주는 무언의 압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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