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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가능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0.07.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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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정연희 옮김/문학동네

 ‘산다는 것은 사람들을 오해하는 것이고  오해하고 오해하고 또 오해하다가,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본 뒤에 또 오해하는 것이다.’필립로스의 소설 《미국의 목가》중 한 구절이다. 삶이 이처럼 오해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일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이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한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녀는 2009년 《올리브 키터리지》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국내에 알려졌다. 이후 《버지스 형제》,《내 이름은 루시바턴》,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통해 오해와 편견으로 인한 인간 사이의 다양한 폭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을 꾸준히 그려내고 있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가장 최근작이다. 여기에 실린 9가지 이야기는 일리노이주 앰 개시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독립적이면서도 연결성 있게 전개된다. 토미 거프틸이 주인공인 <계시>의 주변인물인 루시와 피트가 <동생>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꾸려가는 식이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각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다른 인물들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에 몰두하다보면 9개의 이야기는 어느새 여러 겹의 무늬를 지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계시>에서 토미 거프틸은 한때 낙농장을 소유했다. 어느 날 밤, 농장은 화재로 전소되고 그와 가족의 편안한 삶은 하루아침에 추락하고 만다. 화재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그의 농장에 가끔 일하러 오던 켄 바턴이었다. 그러나 토미는 켄의 딸 루시와 친구가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무기력한 삶을 사는 켄의 아들 피트를 이따금 찾아간다. 토미는 켄을 용서한 것일까? 지독한 가난과 폭력에 가까운 부모의 훈육에서 벗어나 뉴욕으로 간 루시는 작가로 성공하고 그의 오빠 피터와 언니 비키는 마을에 남았다. 루시는 오랫동안 고향에 돌아오지 않았다. <동생>에서는 세 사람이 고향 집에 모여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고 충돌한다. 비키는 동생 루시에게 꾸준히 경제적 도움을 받아왔으면서도 면전에 대고 구역질난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루시가 부모님의 폭력으로부터 달아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 그들과 함께 쓰레기통을 뒤지던 사촌 도티, 그녀는 <도티의 민박집>에서 스스로 손님의 이야기를 사려 깊게 들을 줄 아는 유능한 민박집 주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손님 셸리가 창피당한 일을 말하며 울음을 터뜨릴 때,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는다. 그것은 오로지‘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존재인 듯 말하도록 키워졌을(p.273)’셸리에 대한 비웃음일 것이다. 
 《무엇이든 가능하다》의 주인공들은 때로 욕하고 부정을 저지르고 남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이야기는 그들이 서로에게 행한 폭력과 그로인해 수치심으로 남은 상처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독자는 인물들의 상처가 끝내 치유되지 않을 것이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오해역시 계속 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결말은 절망적이지 않다.
  <풍차> 속 패티가 늘 지나치는 키 큰 하얀 풍차. ‘이따금 풍차 두 개의 팔이 동시에 돌며 하늘을 배경으로 같은 위치에 놓일 때를 빼고는 결코 똑같이 돌지 않(p.84)’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되풀이 되는 오해를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는 그 짧은 겹쳐짐의 순간 느끼는 따뜻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서 혹은 상대가 이해되지 않아서 괴로운 사람에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권한다. 책을 펴고 “우리 모두 너나없이 엉망이야.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사랑은 불완전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p.75)”라고 말해주는 그녀의 음성에 위로 받기를.   

이주현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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