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지긋지긋했던 장마가 물러갔다. 역대급 장마였다. 보통 우리나라의 장마는 6월 하순 경에 시작, 7월 말이면 끝나는 게 통설이었다. 그러나 지구촌의 기온상승으로 이상기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장마예측이 어려워졌다. 이 이상기상 때문에 기상 관측 장비가 아무리 발달해도 정확한 장마 예측은 어렵다고 한다. 장마기간이 얼마나 길었던지 중부지방의 장마 기록을 여지없이 부수고 말았다. 2013년 중부지방의 장마기간은 49일이었다. 올 장마는 54일 동안이나 계속되면서 그 기록을 뛰어넘었다. 그런 장마가 16일 끝났다.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다시피 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의 끔찍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다. 사망 18명을 포함해 인명 피해 78명이던 우면산 산사태 이래 최악의 장마였다. 남부 지방은 500㎜가 넘는 물 폭탄으로 낙동강과 섬진강 제방이 무너졌고, 하동군 화개장터는 32년 만에 침수되기도 했다. 처참하게 무너진 주택과 농지, 기존 7개 시군의 특별재난지역 외에 11개 시군이 새로 포함되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제4차 추경예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장마의 가장 큰 피해는 늘 산과 강이었다. 우리나라는 전국토의 70%가 산지이다. 역대 임금들마다 치산치수를 가장 중요시하게 여길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산지와 하천의 특징은 가파르고 그 길이가 짧다. 그 탓으로 상류지역의 물과 토석의 유출이 수해의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상 피해가 나면 산과 강이 꼬리표처럼 함께 다닌다. 그래서 치산치수가 중요한 것이다. 이번 장마로 치산치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재민들의 아픔을 빠른 시일 내에 치유해주어야 할 판에 정치권은 여전히 네 탓으로 말싸움 중이다. 그 예가 낙동강과 섬진강의 범람을 두고 여당과 야당이 벌이는 설전이다. 대통령이 4대강 보에 홍수 조절 기능이 있는지 조사하라고 환경부에 지시를 내렸다. 여당과 야당의 네 탓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여당은 4대강 탓, 야당은 4대강으로 인해 홍수 피해가 없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번 산사태가 일어난 8곳은 태양광이 설치된 경사면이었다는 점까지 들어가며 대립각을 세웠다. 야당의 주장을 떠나서라도 태양광 문제는 이번 장마로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탈원전을 앞세워 산지를 파헤치는 태양광 발전 설치를 정부는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게 사실이다. 이번 장마의 산사태와 인명 피해가 태양광 설치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산림청과 여당은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어딘가 허전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구차한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린다. 정부가 4대강의 보 철거 논란에 집착하면서 소홀시 했던 주요 하천의 지천과 지류 정비를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장마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더 큰 피해를 당할 것이다. 네 탓과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지 말고 국토 관리의 기본인 치산치수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치산치수는 산과 내를 관리해서 가뭄이나 홍수 등의 재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요산요수는 그런 산수의 자연을 즐기는 것이다. 치산치수가 잘 되면 요산요수는 절로 따라온다.
이번 장마로 정치권 인사들의 수해 현장 봉사활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죽하면 한 정치인은 수해현장의 봉사 사진을 올렸다가 화난 민심에 놀라 화들짝 사진을 내린 촌극까지 벌였다. 영부인의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이다. 가만히 있었으면 그 진심을 국민들도 나누어 가졌을 것이다. 기회는 이때다라며 영부인의 봉사활동을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해 떠벌린 파리 떼들 때문에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오른손이 한 일 왼손도 모르게 하라는 경구가 떠오른다.
이번 장마가 물러가자 폭염 경보와 열대야가 뒤따라왔다. 또한 10월 초까지 태풍이 2~3개 정도 올라온다는 예보도 있다. 코로나19도 무섭게 고개를 들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시름만 커간다.
“칠 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라는 속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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