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2020년 정초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예년 같았으면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새해맞이 희망으로 부풀 12월이다. 올해는 모두가 힘에 부친다. 한 장 남은 달력의 무게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느껴진다. 정치권은 역겨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점을 찍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총장 한 사람을 쳐내기 위한 법무부 수장의 마지막 발악의 모습이 역겹고, 한 여당 의원은 윤 총장을 대역죄인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입에 거품까지 물었다. 그 뒤로 이 사람 저 사람 릴레이처럼 오물 같은 말을 내뱉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는 비수도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로 일제히 상향 되게 만들었다. 몇몇 지자체는 수도권처럼 2단계로 상향, 강력한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다간 될 대로 되라는 자포자기로 확산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최고의 예방책이 국민들의 경각심이라는 말은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미꾸라지 어법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  
매번 헛발질만 해대는 부동산 정책은 출구가 아예 막혔다. 그 와중에 지난 달 27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좌절된 가정의 이야기라 더 충격적이다. 정부의 두더지 게임 같은 들쑥날쑥 부동산 정책으로 아파트 매입의 기회를 놓쳐 터진 비극이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힌다고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이런 비극은 생겨서는 안 된다.
예전에 전세는 내 집 장만으로 가는 징검돌 구실을 했다. 전세를 살면서 고생고생 돈을 벌어 내 집 장만을 하는 것이 부동산의 정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수도권 이외의 도시까지도 자고나면 전셋값이 껑충 뛰고 있다. 두더지 게임기의 불쑥불쑥 얼굴을 내미는 두더지가 아니가 마치 탱탱볼을 타고 망나니처럼 날뛰고 있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수장이 지난 달 국회에 출석,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을 펼쳤다. 수장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이니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엔 이젠 한숨도 나오질 않는다. 애초에 건드리지 말았어야 할 부동산 정책이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전셋값 폭등으로 정상적인 삶이 무너지고 결혼까지 포기하게 되었다는 한  청년의 하소연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소연이 아니라 차라리 절규였다. 
노태우 정권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전국에서 17명의 가장이 자살을 했다. 현 정부가 그 시절을 반면교사로 삼았더라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15년 동안 OECD 자살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17년 한 해만 1위 자리를 다른 나라에 내주었을 뿐, 청소년과 노인층의 자살률까지 1위여서 많은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자연 행복지수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자살 비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이웃 일본에서는 7월 이후 자살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8월에는 지난해 8월보다 40% 수직상승, 자살자 수가 650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 중 20대의 사망이 절반이었다는 뉴스에 일본 전역이 충격 속에 빠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고통의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도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노태우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IMF 사태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사태를 정부는 진즉부터 살펴보았어야 했다. 통계를 보면 경제 위기가 찾아온 이듬해에는 생계 비관 자살률이 급증을 했었다. 알았어도 무능하면 못 했을 테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경제위기와 대규모 실업, 그리고 청년층의 취업난과 그에 따른 우울증 현상이 도처에 만연하고 있다. 내년에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급한 임상실험에 100% 믿을 수도 없다. 정부는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 등에 관한 정책도 국민의 편에 서서 꼼꼼하게 살펴 다시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12월이다. 춥다, 정치권이 주는 실망으로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서울에서 벌어진 한 가족의 죽음이 제발 비극의 서막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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