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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
  • 안산신문
  • 승인 2020.12.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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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인터넷이 일상화가 되어 집에서 주문하는 게 어디 책뿐이겠는가? 거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나 배달이 오히려 더 당연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이 책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를 선뜻 집어 든 것은, 저자의 또 다른 책에서 이미 너무도 많은 위로를 받은 터라 내용을 훑어볼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홀가분》, 《당신은 옳다》에 이어 또다시 인연으로 다가와 준 이 책 《죽음이라는 이별 앞에서》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제대로 이별하기’까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좀 더 아픔을 잘 이겨내고 그에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연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인데, 앞부분은 강연으로 되어 있고 뒷부분은 강연보다는 실지로 우리가 힘겹게 겪고 있는 것들에 대한 위로와 대처 방법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인〈묻고 답하기〉로 이루어져 있다.
  죽음은 누구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인데다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에도 대부분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특별한 대처법이 있지는 않겠지만, 가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조금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면 이제 누군가가 나서서 이야기해야 한다.
  죽음이 주는 상처는 무엇을 어떻게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며, 상처를 존중받고 아픔을 깊이 공감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상처 입은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특히, 자식을 잃은 슬픔이 형제나 친구를 잃은 슬픔보다 무조건 크다고 할 수 없으며, 모든 고통과 슬픔은 주관적이므로 슬픔에는 등급을 매길 수 없음을 강조하고,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그게 어떤 것이든 누구에게나 옳다고 한다.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와동, 선부3동의 세 개동이 단원고 학생들의 희생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올해 공동체 지원 마을활동가로 일하면서 세월호 피해지역인 선부3동 주민들과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동안 고잔동이나 와동 주민들과의 교류는 있었지만 선부3동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던 터라 늘 마음에 있었던지, 그날 행사가 끝나고 나서 유가족 대표께서 이제는 선부3동 아이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별이 된 아이들은 결코 죽은 게 아니라 늘 함께하고 있음을 표정에서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세월호 유족들뿐만 아니라 가족을 잃은 상처가 아픔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가도 좋아하던 음식이나 관계되는 일들이 떠오르면 울컥하고 또다시 슬픔이 밀려오는 것을 주체하기 어렵다. 충분히 최선을 다했더라도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에 대해서는 누구나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말처럼 충분히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어야 자신의 마음도 치유되고 타인을 위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슬픔을 억누르면 기쁨도 밋밋해진다고 한다. 지금 최선을 다해 살되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고 눈물 흘릴 수 있어야 기쁨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누군가는 억지로 죽음을 떠 올려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고 나무랄 수도 있겠으나,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과 또 그에 대한 슬픔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서 슬픔 그 자체보다 더 힘든 것이 슬픔을 제대로 슬퍼하지 못하는 것이며, 사랑하고 사랑받은 삶을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죽음에 대한 진정한 대비임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민복숙 (중앙도서관 시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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