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그렇잖아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데 이낙연 대표의 측근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죽음을 두고 여야간 난타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느 정권에서도 정치인 측근들의 자살은 있었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서 유독 더한 것 같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명확한 자살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소문만 몸집을 부풀리고 있어 더 그렇다. 정치권  한 쪽은 치부를 덮으려하고, 한 쪽은 파헤치려고 하니 국민들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자살은 거의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죽음은 생명 활동이 영구적으로 멈춰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의 종류에도 자연사, 병사, 돌연사, 사고사, 아사, 기타 등 꽤 많은 편이다. 자살은 기타 죽음에 해당되며 그 종류도 음독, 분신, 투신, 염세, 할복 등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많다. 2003년 정몽헌 회장의 자살, 2008년 배우 최진실의 자살이 있을 때마다 생활고 비관으로 뒤따라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베르테르 모방자살이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유럽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입은 사람들과 주인공을 따른 모방 자살까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일부 국가에서는 괴테의 소설을 판금까지 할 정도였다.  
이낙연 대표의 측근 자살로 또 많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수사 관련 인물들의 극단적 선택이 마음에 걸린다. 정치인들과 관련된 측근의 자살에는 풀리지 않는 물음표들이 따라다닌다. ‘자살을 한 게 아니라 자살을 강요당했다’라는 극한 표현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편에서는 오죽하면 자살을 할까라는 동정심 어린 두둔도 있지만 어떤 의미로든 자살은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정치권 일각에선 죽음을 도피처이자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오래 전 조폭에 관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보스의 비리를 혼자 떠안고 자살을 택하는 부하의 장면에 의리(?) 같은 것을 느낀 치기 어린 시절이었다. 실제 일본에서는 대기업 회장의 비리를 최측근이 떠안고 죽는 예가 많았었다. 사무라이 문화에 기인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11월, 조국 가족펀드 연루 의혹 참고인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12월에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에 연루된 청와대 비서관이 목숨을 끊었다. 지난 6월엔 윤미향의 정의기억연대 회계 의혹에 연루된 마포쉼터 소장이 목숨을 끊었다.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윗사람의 불법을 드러낼 연결 고리였다. 이번엔 이낙연 대표의 측근이 검찰 조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회의원 선거 시절, 옵티머스 회사로부터 사무실의 사무기 지원을 받은 일로 조사를 받았다, 얼마 되지 않은 지원금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또 다른 금품 수수 혐의가 터져 나오고 있다. SNS 상에서는 ‘다음 자살 차례는 원전 비리 기록 삭제 공무원들’이란 조롱 섞인 글마저 떠다니고 있다. 
일반인은 경찰서만 생각해도 아직도 거부감을 느낀다. 하물며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예전엔 극단적인 선택이 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모욕감과 무력감을 받았다고 한다. 삶에 대한 회의감이 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로도 자살은 미화될 수 없다. 특히 정치인과 관련된 죽음은 공소 없음으로 인해 대부분 사건은 흐지부지 끝나고 만다. 공소 없음으로 덮을 게 아니라 죽음의 원인을 끝까지 밝혀야만 측근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다.
죽음의 종류 중 독특한 죽음이 하나 있다. 폐(斃)라는 죽음이다. 쉽게 얘길 하면 전염병 등으로 가축을 소각할 때 사용하는 폐사의 폐(斃)자이다. ‘고꾸라져 죽다’라는 뜻이지만 역적이나 죄인, 악인 등이 죽을 때에도 폐 혹은 폐사라고 부른다. 국민을 선거표로만 보는 안하무인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정치인들이 똑바로 서면 측근들의 자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윗물이 맑아야만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 혼탁한 윗물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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