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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자고 하는 일
  • 안산신문
  • 승인 2021.01.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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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텔레비전을 켜다보면 맛 집을 찾아가서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을 많이 한다. 생소한 음식도 있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음식도 많다. 특별한 조리법이나 재료를 조금 달리하여 그 음식이 대단히 맛있게 보였다. 새로운 조리법을 따라 해보기도 하지만 보통은 보고 지나친다.    요즈음 세대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맛 집을 찾아가서 먹어보고 맛 평가를 블로그에 올려서 홍보도 하고 비판도 한다. 블로그나 sns에 올려진 맛 집을 보고 찾아갔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다. 블로그나 sns는 음식점이 홍보를 위해 자화자찬을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진짜 맛있고 근사한 음식점을 찾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요즘은 가난하여 못 먹어서 영양실조가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다이어트를 하느라 음식을 조절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음식이 남아서 버리는 쓰레기가 산을 이루는 현실이다. 가정마다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가 두 세대씩 있고 모두 음식이 가득 차 있다.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아까워서 포장해 와서는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남은 음식을 포장하는 일이 익숙하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겐 낯선 문화였다.
 10여 년 전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언니 집에서 한 달 동안 여행도 하고 친척들도 만나고 초대를 받아 외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외식을 하면 남은 음식을 반드시 포장해서 가는 것이었다. 찌개나 국도 스스럼없이 포장해 가는 것이다. 낯선 일이었지만 본받을만한 문화라 여겼다.
 그러나 내가 다닌 몇 몇의 친척집에서는 포장해 온 남은 음식을 다시 먹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냉장고에 잘 보관해 두었다가 버리는 것이었다. 버릴 거면 번거롭게 남은 음식을 포장해 올 필요가 없는데 내가 본 미국 사람들은 모두 포장해서 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은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 그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하수로 흘려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로 버리는 것을 보고 경악하였다.
 대개 그렇겠지만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모르는 사람과 식사 자리는 피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초면에도 같이 밥 먹을 일도 생기고 단체장이나 어려운 사람과 식사할 일도 생긴다. 그렇게 불편하게 밥을 먹고 나면 체하거나 설사를 한 일도 잦다. 먹는 일도 적당하게 해야 하는데 식탐이 많아서 많이 먹고는 소화가 안 되어 힘들 때도 많다. 먹고 살기 위해 먹는 일이 오히려 병이 될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한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기에 먹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의. 식. 주 중에 먹는 일이 가장 우선시 한다. 흔히 사람들은 빈말이거나 진심이거나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약속을 한다. 그러나 언제라는 단어가 붙으면 막연한 약속이 되어버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한 약속은 더 아득해졌다.
 좋은 사람들과 정갈한 맛있는 음식을 편안하게 먹는 일, 그 쉬운 일을 자주 하고 싶다. 먹고 사는 일을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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