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저는 틈나는 대로 산책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시요즘처럼 조심해야 할 때는 최대한 마스크까지 쓰고 걷고 있습니다. 이처럼 걷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세밀한 풍경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특히 하루하루 달라지는 나무와 잎의 색깔들을 보는 것은 저에게 큰 흥미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산책이 좀 재미가 없습니다. 물론 저희 아내와 아이들과 대화하는 자체는 재미있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나무 색깔도 변함이 없고, 잎도 나지 않고, 그저 찬바람만 불어오기 때문입니다. 마치 한 동영상을 ‘반복재생’하듯이, 어제나 오늘이나 한동안 같은 장면만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다 보니, 요즈음에는 산책이 좀 지루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것이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지루함과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사람들을 만나보면, 삶이 어렵고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로 해야 할 것에 비해서 돈이 부족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 지난날의 어려움이 지금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계속되는 어려움’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시간이 가면 힘든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견뎠는데, 그 바람과는 달리 나아지기는커녕 때로는 더 악화되는 상황을 맞이하여 마음속에 있던 작은 희망의 불꽃마저 꺼져가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통계가 바로 자살률입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9년 31명에서 점차 줄어서 지난 2017년에 24.3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본격적으로 안 좋아지면서 다시 늘더니 얼마 전에 나온 2019년에는 26.9명까지 늘었습니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5개 회원국 중에서 1위에 해당합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과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 통계부터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코로나 사태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이어진 작년 7월부터 자살률이 전년 대비 16%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아동, 청소년의 자살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자, 살 희망을 잃은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살만큼 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미 비관하다 보니, 그냥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묻지마 범죄나 갑작스러운 분노로 일어나는 난폭운전 등이 바로 이렇게 해서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것은 거창한 곳에서 어떤 영웅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바로 옆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비록 지금 걷고 있는 산책길은 썰렁하지만 언젠가 그곳에 꽃이 피며 푸른 잎이 청청하게 날 것을 꿈꾸며 걷는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길을 걸을 때에도 앞으로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을 꿈꾸며 걸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어제와 같아 보이는 오늘이라도 그 일상에 꿈을 담으면, 어제와는 다르게 ‘행복한’ 오늘을 만들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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