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스마트폰을 켰는데, 스포츠면 메인이 놀라운 기사가 떴습니다. “유상철 전 감독 사망, 향년 50세!” 그것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어쩌냐? 2002년 월드컵 때 잘했는데.” 그 순간 저희 공주님 무심코 이렇게 묻습니다. “아빠, 2002년 월드컵이 뭐야?” 이 말에 저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 유명한 2002년 월드컵을 모르는 세대가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공주님에게 “정말 2002년 월드컵을 몰라?” 묻는데, 공주님은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표정으로 절 쳐다봅니다. 생각해보면 모르는 게 당연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저는 한동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우리 공주님을 어떻게 봐야 할까?’ 고민하던 중, 바로 그때 어릴 때 생각이 났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명절 때로 기억합니다. 사람들이 TV 앞에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그러더니 한 분이 ‘테레비’를 틀었습니다. 왜 이리 모였나 했더니 ‘알리’와 ‘프레이저’가 맞붙는 권투경기를 보겠다고 모인 것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이 누군지 잘 몰랐지만, 일단 어른들이 기대하라고 한번 보라고 이야기해서, 저도 일단 어른들과 같이 앉았습니다. 그런데 누군지도 모르고 보는 권투경기는 솔직히 말해서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재미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어른들이 저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어른들과 어렸던 제가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처럼, 우리 공주님과 저도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알리와 프레이저를 이해하지 못했던 저를 타박했던 어른들처럼, 저 역시 잘못하면 우리 공주님을 타박할 뻔했습니다. 이 작은 사건 하나가 저에게 주는 의미는 컸습니다. 우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세대가 넘어가기만 해도, 내가 아는 지식이 어느덧 옛날의 것이 되는 것이 당연하고, 다음 세대에게는 새로운 지식이 들어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내가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하나, 알리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어른이 탄식했습니다. 유상철 전 감독의 부고를 듣자, 저도 아쉬워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시대를 살면서 함께 울고 웃고 했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에, 늙어가는 처지를 생각하며 슬프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늙어간다고 해서 슬퍼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리면 칭송을 받고, 늙으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인정받고 칭찬받는 삶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젊은 사람의 꼰대가 아니라 그들을 안아주는 품이 되는 것입니다. 알리가 칭송을 받는 것은 불사신이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파킨슨병 환자의 희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 감독이 추모를 받는 것은 불사신이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되,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선수들의 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게 주어진 이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위로하는 품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늙어가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지금을 즐기고 있습니까? 언제 올지 모르는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오늘을 멋지게 살아보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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