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코로나19의 기세가 살벌하다. 4차 대유행, 6월 말까지만 해도 700여 명 아래로 머물렀던 확진자가 1,000여 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매일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청와대의 ‘코로나19 터널의 끝, 국민의 여름휴가 보장, 마스크 없는 추석….’등이 또 흰소리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19의 DNA에는 말 헤픈 사람들의 정곡을 찌르는 아이러니도 숨어있는 듯하다. 민노총의 불법 집회도 못 막는 정부인데 할 말인들 있을까마는 코로나19 속의 세상살이가 정말 힘겹다. 이제는 전파력이 훨씬 센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까지 휘젓고 다닌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제와 제한에 국민의 가슴이 또 새까맣게 타고 있다.
교육 당국은 2학기 개학과 동시에 전면 등교를 시행하겠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발표를 해왔다. 이대로 가다간 이것도 말짱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동안 학교는 코로나19 때문에 제대로 학교다운 구실을 하질 못했다. 친구들과의 관계, 마음껏 뛰놀지도 못하는 운동장, 비대면과 대면을 오락가락했던 수업…. 글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조차도 ‘마스크와 코로나’ 제목만 주면 줄줄 써나갈 정도가 되어버렸다.
가장 힘들었던 학교가 고등학교이다. 대학입시와 맞물린 고등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를 본 학생들이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들이다. 이 정부 들어 집중적으로 배척받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고교서열화에 앞장서는 학교라는 이유에서였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교육감들은 재지정 평가에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사고와 목적고 죽이기에 앞장섰다.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와 목적고를 일반고로 전환키로 하자, 해당 학교들은 법정소송에 들어갔다. 부산시교육청이 첫 패소하고, 해당 교육청은 줄줄이 패소하고 말았다.
안산의 명문 동산고도 경기도교육청의 고무줄 잣대 평가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 졸속 평가의 내용을 보면, 교육의 문외한이 봐도 기막힌 문항들이었다. 아예 죽이기 수법인 평가 항목이었다. 수원지법은 지난 8일, 동산고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요지는 2019년 심사 당시, 변경된 기준을 심사 대상 기간이 끝날 때쯤에야 통보하고, 이를 이용해 심사한 것은 절차적 면에서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당시 동산고는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 70점보다 약 8점이 모자란 62.06점을 받아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처분 통보를 받았었다.
안산시민까지 우롱한 내로남불 식 교육청 처사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가증스럽게도 학교다운 학교로 발전할 기회를 잃어 안타까웠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가 아니라 내로남불 식 교육청이다. 나라의 교육을 자기들 입맛에 맞는 대로 좌지우지하려는 편향된 의식에 갇혀있는 교육감들, 이런 교육감들은 다시는 교육계에 들어올 수 없게 해야 한다. 교육사에 그 잘못을 낱낱이 기록하여 반면교사로 삼게 해야 한다.
정부 부처 주요 관료들과 교육감 중에는 자사고와 목적고를 졸업한 자녀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틈만 있으면 자사고와 목적고를 ‘일반고 황폐화를 가져오는 귀족 학교’라고 선동에 앞장서 왔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자신의 자녀들은 떡하니 자사고와 목적고를 졸업시켜놓고? 대단한 어불성설이다. 내로남불 식 이중적 행태, 철면피한 사람들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아도 너무 두꺼운 철판을 깐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교육계의 수장들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꽃밭에 같은 종류의 꽃만 심는다면, 처음엔 통일성 있어 보기 좋지만 금방 싫증이 난다. 꽃밭은 여러 종류의 꽃들이 어우러져야 제맛이 난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특성을 살려가며 공부하기 좋은 환경, 꿈을 펼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나가면 된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도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수정 보완해서 나아가야 한다. 부동산과 탈원전을 그렇게 했더라면 국민이 이처럼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부작용을 외면한 채, 계속 무리수를 두면 국가의 교육 대계까지도 망칠 수 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고등학교, 희망과 함께 활짝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동산고에 큰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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