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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채근담을 만나다>
  • 안산신문
  • 승인 2021.09.0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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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희 지음, 어린이 나무 생각

<채근담>은 명나라 홍자성이 쓴 책으로 책 이름은 “풀뿌리를 캐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각오로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홍자성은 노년에 다시 한번 인생을 산다면 좀 더 지혜롭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담아 책을 남겼다. 자신이 깨달은 도리와 이치를 후손들이 인생의 지침으로 삼길 바란 것이다. <열 살 채근담을 만나다>는 본문의 40여 개의 좋은 문장을 넣어 쉽고 재미있는 동화로 만들었다. 또한 동화는 꽃샘추위도 따스한 바람으로 변하는 봄, 자연 속에서 몸도 마음도 키운 여름, 엉망진창 합창이 화음이 맞아가는 가을, 긴 시간 찬 바람 속에서 맛과 향이 깊어진 겨울의 사계절을 지나며 성장하는 열 살 아이의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열 살 연두는 모든 게 낯설고 힘들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서울의 넓은 아파트에서 할아버지가 사는 낡은 한옥으로 이사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연두의 불편한 마음은 집에서처럼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중 연두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친구였다. 고민 많은 연두에게 할아버지는 <채근담> 속 한 구절을 들려준다.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은 봄바람처럼 따뜻한 기운으로 만물(세상의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연두는 친구들이 낯설어 자신이 외롭다는 생각만 했을 뿐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두는 먼저 주변을 살피어, 겨우내 얼었던 땅을 녹이고 꽃을 피우는 봄바람 같은 친구를 찾아 다가가기로 한다. 그리고 물론 나부터 부드럽게 친구들을 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거센 바람, 모진 비에는 새들도 근심하고, 맑은 날씨, 따뜻한 바람에는 초목도 기뻐한다. 이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천지에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이 없어서는 안되고, 사람의 마음에 하루라도 즐거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p.161)

 사람마다 걱정이 다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한 법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중요한 삶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비록 연두의 어려움은 돈 문제로 생겨났지만, “가난을 쫓을 수는 없지만 가난해서 근심하는 마음을 쫓아낸다면 마음이 항상 평안해질 수 있다.”라는 <채근담>의 글귀를 통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음을 다스려 행복을 만든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크고 작은 근심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맡기고, 내게 주어진 일에 시간과 정성을 다하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 속 근심은 사라진다. 넉넉한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기며 명예와 재산이 없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는 원만함을 갖추어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든다면 세상과 조화를 이루게 되니 저절로 삶은 편안해질 것이다.

하늘이 내게 복을 박하게 준다면 나는 내 덕을 깊게 하여 이를 극복하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히 가져 이를 헤쳐나가며, 하늘이 내 처지를 어렵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닦아 운을 트이게 하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할 수 있으랴! (p. 147)

하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나를 만드는 기적과도 같은 비법이 적혀 있다. <열 살 채근담을 만나다> 속 40여 문장만이라도 곱씹으며 책 속 깨달음을 내 삶에 옮겨 본다. 술술 읽힌다고 책 속에 담긴 뜻까지 가볍지는 않다. 중요한 건 복잡하고 어렵지 않아 오히려 내가 가져야 할 진리가 명확하게 보인다. <채근담>에 담긴 지혜로운 삶의 자세는 결국 처세이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올곧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 속에서 남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세속적인 욕망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삶을 경계하고 인생의 오묘한 진리를 추구하며 나와 세상과의 균형을 이루며 편안해지는 경지를 발견한다. 

이순옥 (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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