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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신문
  • 승인 2021.09.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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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아주 어릴 때부터 신문을 열심히 읽었던 나는 신문에서 빼놓지 않고 읽던 부분이 있다. 연예계 소식란의 TV 방송 미리 보기와 오늘의 운세였다. 지방에 살았던 우리는 공영방송만 나와서 TBC 동양 방송은 방영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볼 수 없는 방송은 뭘 방영하는지 방송 엿보기를 빼지 않고 봤다. 70년대 방영했던 TBC 동양 방송의 청실홍실이라는 드라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정윤희, 장미희 등 배우의 연기를 상상했다.
 또 나는 하루의 운세를 열심히 봤다. 12개의 띠별로 탄생연도에 맞춰 한 줄씩 일진(日辰)을 알려 준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는 62년생 범띠는 신문의 운세에 다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나 어머니의 탄생연도와 띠를 맞춰보며 점쳐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 시대에 오락성을 신문에서 찾았던 것 같다. 신문 중에서 가장 큰 재미는 연재소설이었다. 한수산, 이문열, 김홍신이라는 작가를 연재소설을 통해서 만났고, 그 긴 소설들을 날마다 야금야금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 지루한 날은 신문의 1면부터 끝까지 광고 글 하나도 빼지 않고 다 본 날도 있었다. 그때는 신문의 기사는 다 신뢰하고 믿었다.
 이제 신문에서 연예 뉴스나 오늘의 운세를 안 본다. 연재소설도 사라진 지 오래다. 손안에 들어오는 스마트 폰으로 웬만한 뉴스는 실시간으로 검색된다. 종이신문은 이제 그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아파트 한 동에 신문을 보는 집이 1~2가구밖에 안 된다. 친구들과 만나 세상이 야기를 하다가 궁금하면 “검색해봐”라고 하며 검색된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나 이 검색된 정보를 다 믿지 못하는 것도 있다. 정치나 사회기사 등 곳곳에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신문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2001년 9.11테러다. 이미 전 날밤 방송에서 다 발표된 내용이었으나 나는 다음 날 아침 신문에서 알게 되었다. 학교에 가려고 현관 문 앞에서 신문을 집어 든 아이가 1면 머리기사를 보며 기겁을 하였다. 미국이 공격당했다는 기사를 보며 놀라서 TV를 켰는데 무역센터와 펜타곤이 공격당해서 불타는 장면을 보며 경악했다. 그렇게 열심히 신문의 사회면과 국제면을 읽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탈레반, 이슬람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프간과 탈레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얻은 얕은 지식이 그 세계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요즘 아프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며 벌어지고 있는 뉴스는 암울하기만 하다. 탈레반의 정권 장악과 함께 그들의 이슬람 근본주의적인 통치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모든 종교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제발 사람이 다치는 뉴스는 없었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도 일간지를 구독하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던 옛날 습관은 버린 지 오래고 정치 사회면은 제목만 읽고 넘겨 버린다. 그래도 한국에 온 아프간 사람들의 이야기는 관심을 가지고 본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왔기에 그들이 한국에서 정착하여 잘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어제 신문에서는 진천에서 격리된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기사를 보았다. 전쟁과 난민, 그리고 대탈출극 속에서도 희망의 아이들은 자라고 있다.
 아프간 출신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에서 주인공 아미르는 이복동생 하산의 아들 소랍에게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라는 말을 한다. 정치적, 종교적 신념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가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아이를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시키기 위해 천 번이라도 노력하는 신념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기사를 신문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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