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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삼킨 아이
  • 안산신문
  • 승인 2021.11.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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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못 하잖니. 네가 보여주는 건 걱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세상에는 많은 사랑이 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천차만별이라 우리가 하는 사랑의 모습 역시 천차만별이다. 연인 간의 사랑이라도 나의 사랑과 내 친구의 사랑이 다르고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 역시 세상에 존재하는 부모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의 서로 다른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만 같을 뿐, 실은 우리가 하는 사랑은 제각각의 사랑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사랑을 쉽게 오해하곤 한다. ‘너를 위해서’ 한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사랑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너를 위한다고 했지만 실은 내 체면, 내 마음의 안심, 내 즐거움 때문에 한 일들이 사랑으로 둔갑해 기억에 저장되고, ‘내가 그토록 너를 사랑했건만 너는 나에게 그 사랑에 대해 보답해주지 않는다’며 상대에게 향하는 원망이 정당화되고 만다. 고백하자면 나야말로 사랑에 대한 이런 오해, 단단한 착각 속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내가 하고 있던 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넌지시 알려준 건 [목소리를 삼킨 아이]의 지혜로운 할머니였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이란의 소설가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작품이다. 심리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7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했던 아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샤허브가 주인공인 이 작품을 썼다. 저자는 내면에 입은 상처를 이해받지도, 치유하지도 못한 채 정서적으로 고립된 아이와 그 아이를 대하는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어른들은 아무도 샤허브를 미워하지 않는다. 샤허브가 안쓰럽고 걱정되어서, 다들 샤허브를 사랑하고 아껴서 그런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른들 중 누구도 샤허브의 분노, 수치심과 절망, 외로움을 들여다보지도,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직 샤허브가 말을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노여워하고 각자 자기의 성에 차지 않는 현실에 짜증을 낼 뿐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게 다는 아니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힘이 닿는 한, 하고 싶은 일을 더 하렴. 하지만 그럴 수 없다 해도, 최소한 너에게 주어진 책임은 제대로 져야 해. 무슨 일이든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하면 덜 고단하고 덜 피곤한 법이란다.”
책 279쪽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젊은 부모들이나 가족 관계에 고민이 있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마치 내 현실의 이야기인 듯 읽힐 것이다. 무엇하나 포기할 수 없어서 숨이 턱에 차도록 살아가지만 일도, 가정을 꾸려가는 일도 녹록치 않다. 그런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가능한 덜 상처 받고, 덜 힘들어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이란의 베스트셀러 작가는 유일한 방안으로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사랑이란 자기만족의 행위가 아니라 오직 상대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고단한 일상 속에서 배려와 유머를 잃지 않는 거라고 속삭인다. 

 물론 사랑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소설 속에서조차 사랑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여전히 유효하다. 목소리가 아니라 자기 생을 통째로 삼켜버릴 뻔했던 샤허브를 어른이 되게 한 것은 사랑이었다. 할머니의 사랑 덕분에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샤허브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비결을 얻는다. 사랑하는 마음은 삶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통하는 만고불변의 비결.

정상미<혜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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