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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 새 아침에
  • 안산신문
  • 승인 2022.01.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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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소설가>

지난여름 몰아치던 폭우 속에서
새처럼 움츠리고 하늘을 보던 우리
웃음 뒤에 울음 감추고

가난한 이들의 저녁을 위하여 노래 부르던 우리
비워진 벌판을 채우는 엄동의 꽃바람
그 차가운 떨림으로도
다 말하지 못하는 아픔, 새벽 강을 넘는다
희망은 어디쯤 있는가
소망은 어디쯤 있는가
어둠 끝에 나부끼는 백색의 깃발처럼
아득한 이명을 울리며
아름다운 혼의 새 아침을 기다리는 우리
마침내
광활한 바다와 울창한 숲과 푸르른 강 저 너머로
우리에게 달려오는 壬寅年이 보인다
지축을 흔드는 함성
소리치자,
노래하자
임인년(壬寅年)의 새 아침이 환호하고 있다.

 
 바람이 부는 본오뜰의 언덕 위에서 해돋이를 맞이했다. 영하의 기온에 손끝이 얼어붙었지만 해돋이를 보려고 모인 사람들은 각자 소원을 빌며 해가 뜨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다시 우리 앞에 놓인 삼백예순다섯 날을 가슴 벅차게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기다림’이라고 하는 로맨틱한 3음절 단어가 지난 2년간의 대역병의 시기를 살아 온 우리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새해 첫날은 여러모로 힘겨움에 버거운 날이기도 한 것이다. 어느덧 3년째로 접어든 코로나19의 터널은 여전히 깊고 어둡다. 그러나 영원한 것이 없듯이 이 질병의 끝은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호랑이해다. 호랑이는 힘이 넘치고 속임수와는 거리가 멀며 정직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솔직함과 낙천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과감히 도전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용맹하고 신비한 힘이 넘치는 호랑이의 기운을 빌어 나쁜 기운이 모두 물러갔으면 좋겠다.
 2022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닌 이상을 찾아 나서며 다시 한번 살아보자. 그리하여 아무런 의지도 없이 삼백예순다섯 날을 권태롭게 기다리기보다는 거꾸로 삼백예순다섯 날이 우리를 간절히 기다리는 실존의 인간으로 멋지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 고도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우리가 찾는 고도가 있고, 고도를 찾으려는 우리의 의지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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