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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호랑이 등에 올라타라
  • 안산신문
  • 승인 2022.01.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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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원<동화작가>

2022 임인년 호랑이해가 활짝 밝았다. 여명이 트기 전, 어디선가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산이 울고, 날개 달린 호랑이들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꿈이었지만 가슴이 확 트이고 오래도록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임인년은 육십간지 중 39번째로 임(壬)은 흑색, 인(寅)이 호랑이를 의미한다. 그래서 올해는 호랑이해 중에서도 검은 호랑이해이다. 검은 호랑이는 굵은 줄무늬 때문에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며, 소수가 고립돼 근친교배를 거듭한 결과 태어났다고 한다. 보기 드문 호랑이이다.
우리나라처럼 호랑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단군신화에 호랑이가 나오고, 가까이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까지 나왔다. 서쪽을 지켜주는 신령한 동물인 백호를 캐릭터화했다. 세계 평화와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관중 등을 지켜주는 의미의 ‘수호’와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선아리랑의 ‘랑’을 합친 말이다.
호랑이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주는 권위와 용맹의 상징으로 우리 역사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민담과 민화 속의 호랑이는 전래동화로 각색되어 ‘호랑이와 곶감, 해님과 달님,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유명 사찰이나 깊은 산속 암자의 산신각에서도 호랑이 그림을 쉽게 볼 수 있다. 백발의 신선이 호랑이를 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는 예부터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을 타고 전 국토에 호랑이가 서식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호랑이해를 맞아 다양한 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삼성동 코엑스 일대 옥외전광판에 백두산 호랑이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눈 덮인 광활한 산맥의 숲속을 거니는 백두산 호랑이의 모습에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릴 정도이다. 서울대공원은 시베리아 호랑이의 박제 공개로 시민의 발길을 끌고 있다. 검은 호랑이해를 맞아 온 국민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기운찬 새해를 맞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그 마음처럼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호랑이의 기상이 스며들었으면 한다.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도 수두룩하다. 전국에 389곳이나 된다고 한다. 제일 많이 알려진 곳이 포항 호미곶이다. 호미곶의 원래 이름은 ‘장기곶’이었다.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 모습에 비유했을 때, 이 지역이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름이 바뀐 것이다. 내 고향에도 호랑이가 들어간 지명이 있을 정도이다. 충주시 호암동(虎岩洞) 역시 범바위가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옛날 한 선비가 관음사 옆 큰 바위에 호랑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을 이름을 호암이라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호산리는 다른 곳보다 더 특이하다. 마을 뒷산이 범과 흡사해 붙여진 이름이다. 밖범이, 안범이, 밤이고개, 새터범이 등 온통 호랑이와 관련한 마을 이름이다. 어디 이뿐이랴, 경복궁 근정전 위 기단의 서쪽 계단 기둥에는 백호가 자리잡고 있다. 백호는 청룡, 주작, 현무와 더불어 사신(四神) 중 하나로 궁궐과 하늘 등의 서쪽을 관장하고 지키는 신령으로 여겨졌다. 서울의 인왕산은 조선 시대 호랑이가 많이 출몰했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 건국 시, 도성을 지키는 우백호로 삼았던 명산이다. 그와 반대로 제주 서귀포의 ‘범섬’ 설화는 애틋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과학과 문명이 발달해도 호랑이가 우리에게 주는 상징성은 여전하다.
3월 9일에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새로운 국가 지도자가 선출된다. 그러나 국민의 얼굴에는 설렘의 빛을 찾기 힘들다. 뽑을 후보가 없다는 이른바 ‘대선 블루’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권교체를 바라면서도 여·야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너무 높다. 정치 불신의 벽이 너무 높다. 후보의 정치 철학이나 미래 비전은 그게 그거고, 오로지 사생활과 관련된 흠집 내기 저질 난장판만 벌어지고 있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삼재(전란·기근·질병)를 쫓아낸다고 여겨왔다. 모든 것이 진흙탕 싸움인 지금, 호랑이의 기운이 절실하다. 호랑이의 용맹함, 민첩함, 신중함을 두루 갖춘 대통령 후보의 포효하는 모습은 한낱 신기루에 불과한 것인가?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세계로 훨훨 날아가는 대한민국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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